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사업장 5공장(P5)을 짓는 등 향후 5년간 45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신산업 투자를 포함해 5년간 125조원을 국내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대미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화답한 것이다.
16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요 그룹 기업인들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이같은 국내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이번 자리는 정부와 재계가 ‘원팀’이 되어 한·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데 따른 격려와 함께 국내 투자 확대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면서도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밝혔다.
16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요 그룹 기업인들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이같은 국내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2025.11.1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매일경제 김호영 |
이번 자리는 정부와 재계가 ‘원팀’이 되어 한·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데 따른 격려와 함께 국내 투자 확대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면서도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총수들은 일제히 각 기업별 국내 투자·고용 계획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국내 투자 위축과 같은) 그런 일이 없도록 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 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하겠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지난 9월에 약속했던 대로 향후 5년간 6만 명씩 국내에서 고용하겠다. 연구개발(R&D)을 포함해서 국내 시설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DS)부문은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에 평택사업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충한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23년 평택 5공장(P5) 기초 공사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실적 악화로 중단했었는데, 해당 공사를 재개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SDS는 현재 전남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구미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며 광주엔 산업용 공조기 제조공장을 삼성전자가 짓는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거점을 울산 등 국내로 검토하고 있으며, 아산 디스플레이 공장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협력사 금융지원·ESG 전환 지원도 강화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125조2000억원 규모를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5년(2021년~2025년) 투자액 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 투자 발표다. 특히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만 50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달 엔비디아와 피지컬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피지컬AI로 확보한 로봇 기술을 토대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국내에 짓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로봇 공장을 짓고, 로봇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15%로 문서화된 미국의 자동차 품목 관세와 관련해, 1차 협력사들의 관세 부담을 대신 부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기아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대미 수출 기업이 대부분인 1차 협력사는 약 240곳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7200명을 채용했는데, 내년엔 1만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관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품 협력사를 위해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지원하는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강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경기 용인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최태원 회장은 “당초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지만,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향후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2019년 용인 클러스터 투자 규모를 120조원으로 발표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공정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투자 규모가 600조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완료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또 “매년 8000명 이상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도체 공장 팹 하나가 열릴 때마다 2000명 이상씩 추가 고용이 늘고 있어서 2029년까지 최소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명 사이의 고용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LG는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원의 국내 투자 가운데 60%인 60조원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소부장 협력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쌓아온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현장에 AI를 적용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이끄는 HD현대와 한화는 향후 5년간 각각 15조원, 11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기선 회장은 “에너지 분야와 AI 로봇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하고, 또 조선해양 분야에서 7조원을 투입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과 생산 자동화 기술 적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투자를 통해 협력업체 매출이 2024년 9조원에서 2030년 21조원으로 2.3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연 60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내후년까지 1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인천 송도, 충북 오창, 충남 예산 등 공장 3곳에 3년간 4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앞으로 미국에 한국이 매년 2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헬스케어 분야에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며 AI 기반 원격진료와 건겅검진 사업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나상현·이수정·이우림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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