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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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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여러 초밥을 하나로 묶어 만든 세트처럼 여러 주식을 묶어 상품화한 펀드와 ETF를 비유한 그림. [Whisk] |
“오늘의 메뉴로.”
오마카세 식당에 가면 유난히 많이 들리는 말인데요.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라는 뜻입니다. 손님이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셰프가 제철 재료와 조합을 생각해 가장 알맞은 코스를 내주죠. 이렇게 믿고 맡기면 맛의 조화와 새로운 경험을 한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믿고 맡기는 방식이 금융에도 있습니다. 바로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투자 상품인 ‘펀드’입니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관리합니다. 모은 돈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들과 함께 나눕니다. 내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전문가가 대신 돈을 만지기 때문에 ‘간접투자’라고도 합니다.
반대로 내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건 직접투자에 해당합니다. 마음에 드는 종목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경험이 적다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펀드는 전문가가 대신 관리해주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적은 돈으로도 우량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펀드는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하기 때문에 한 종목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자산이 이를 보완해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산투자 효과가 펀드의 큰 장점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매니저가 대신 운용해주는 만큼 수수료를 내야 하고 전문가의 판단이 빗나가면 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겁니다. 또 펀드는 주문을 낸다고 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주문이 확정되고 돈이 오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금융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으로, 수수료가 적고 매매가 간편한 것이 특징입니다.
부산 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 내부. [장원종 인턴기자] |
이 ETF의 원리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부산에 있는 증권박물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증권박물관 안에서는 직접 모의주식 투자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화면은 진짜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처럼 매수·매도 버튼이 구현돼 있고 500만원의 가상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합니다.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뉴스 속보가 화면에 띄워졌습니다. ‘[특보] 반도체 초호황 조짐…AI 서버 수요 폭발로 업계 들썩’
갑자기 반도체와 관련해 좋은 뉴스가 뜨자 고민이 시작됩니다. “‘바름반도체’에 투자할까, ‘신예디지텍’에 투자할까? 아니면 다른 기업에 투자할까?”
반도체 산업이 상승할 것 같다는 직감은 있었지만 어떤 기업이 더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업별로 무엇이 다른지 분석할 시간도 없었고 결국 망설이다가 투자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금융상품이 ETF입니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줄임말입니다. 여러 주식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입니다. 펀드처럼 여러 기업을 담고 있지만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특징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ETF는 펀드의 안정성과 주식의 편리함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 꼽힙니다.
[연합뉴스] |
ETF는 우리 생활에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금융상품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주 먹고 입고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ETF 안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라면을 끓이다 이런 생각해본 적 있나요? “이렇게 맛있는 라면의 인기가 더 커지진 않을까?”
그런데 막상 라면 기업에 투자하려고 보면 어디에 투자할지 바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유용한 선택지가 바로 K라면 ETF입니다. 이 ETF 하나만 사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국내 주요 라면 기업을 통째로 한 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라면 물이 끓기도 전에 K라면 ETF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K식품 외에도 패션, 인공지능(AI), 금융 등 ETF 종류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관심 있는 산업의 ETF부터 하나씩 찾아보며 투자 공부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배윤경 기자 김서현·장원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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