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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내연차 17만7천여대 전기차로 바뀐다는 정부 전망은 과도"

연합뉴스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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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내연차 17만7천여대 전기차로 바뀐다는 정부 전망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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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기차 75%는 내연차서 교체한다는 추정, 제조사 설문조사 토대"
"중속 충전기 설치한다며 예산 300억원 편성했지만, 수요 조사 안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한 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한 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보급에 더 박차를 가하려는 가운데 휘발유차 등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려는 수요를 과도하게 산출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신항진 수석전문위원의 내년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전기차 전환지원금 물량과 산정 근거를 재검토하고 전기차 보급계획 현실성과 예산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예산을 조정하라는 권고가 담겼다.

정부 예산안 기준 내년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에 책정된 예산은 2조2천825억원이다.

이 가운데 전기차 보급사업 예산은 1조6천113억7천만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는 896억원, 전기차 보급 부진으로 보급사업 예산이 2천790억원 삭감된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는 3천686억원 증액됐다.

전기차 1대당 보조금 단가(승용차 기준 300만원)는 유지했지만, 전기승합차 2천500대 지원 보조금과 '전기차 전환 지원금'(1천775억원)이 신설되면서 예산이 늘었다.

전기차 전환 지원금은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내연차가 줄어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실질로 나타난다는 명분 아래 전기차와 내연차 간 가격 차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차 자생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을 줄이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실질 보조금은 늘리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기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를 산다고 하면 보조금을 포함해도 동급 내연차(투싼)를 살 때보다 1천28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두 차 사이 실구매가 차이는 2022년 1천462만원, 2023년 1천502만원, 2024년 1천522만원 등 최근 커져 오다가 올해 줄었다.

신 수석전문위원은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1대당 100만원 안팎씩 17만7천500대에 지원하겠다는 기후부 계획이 과도한 수요 예상에 기반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내년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전기차(승용차 20만8천대, 화물차 2만1천500대)의 75%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는 물량일 것으로 보고 이러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75%라는 비율을 과거 실적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산출해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주기로 계획한 물량만큼 전기차가 팔릴지도 미지수라고 신 수석전문위원은 지적했다.

실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2022년에도 연간 판매량이 16만4천486대로 내년 전기차 전환 물량 예상치에 못 미친다.

전기차 보급량이 정부 목표에 미달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22년엔 실제 전기차 보급량이 정부 목표보다 5만5천87대 적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0만5천403대와 9만8천382대 모자라 그 차이가 이전보다 더 컸다.

전기차 충전기도 마찬가지인데 작년엔 6만3천355기 설치한다는 목표 아래 예산이 짜였으나 실제로 예산이 집행된 물량은 737대에 그쳤고 올해의 경우 목표는 14만7천46대, 실집행은 8월까지 375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현실을 도외시한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세우고 수치에 매몰돼 엄밀하지 못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신 수석전문위원은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두고는 "내연차를 폐차하지 않고 중고차로 팔거나 지인에게 양도한 뒤 전기차를 사는 등 '형식적인 전환' 시에도 지원금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해서는 내년 3시간 안팎에 전기차를 완충할 수 있는 최대출력 30∼50kW(킬로와트) '중속 충전기' 2천기를 마트와 영화관 등을 중심으로 설치하겠다면서 내년 예산안에 300억원을 편성했지만, 별도 수요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차 충전·주차 중 화재로 자동차보험 보장 범위 이상의 큰 피해가 났을 때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해주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을 만들겠다면서 20억원을 예산안에 반영했는데,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조물책임보험에 가입된 데다가 전기차 화재로 인한 타인 재산피해에 대해 100억원까지 보장해주는 제조사도 이미 있어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 420만대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나, 올해 9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가 85만119대에 그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술적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7만대씩 전기차가 보급돼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수립하면서 2030년엔 새로 판매되는 차의 40%, 2035년엔 70%가 전기·수소차가 되도록 한다는 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등록된 신차(139만9천145대) 가운데 전기차는 19만522대로 13.6%에 그쳤다. 지난 9월 전기차 판매량이 2만8천860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전기차 시장이 3년 만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여전히 신차 10대 중 1대꼴로만 전기차인 셈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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