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지방’을 버리는 방법을 모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뱃살은 더 이상 중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얼마 전 필자는 대학가 커피전문점에 앉아 밖을 내다본 적이 있다. 유리벽을 통해 지나가는 남학생의 배를 보면 영락없는 40대 아저씨였다. 복장이나 얼굴을 봐야 비로소 젊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만이 퍼지는 원인은 분명하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인류는 2000㎉를 먹기 위해선 3000㎉의 활동 에너지가 필요했다. 음식이 그만큼 귀했다.
지금은 다르다. 활동량이 크게 감소한 반면 섭취 열량은 늘었다. 인류의 몸은 과잉된 열량을 예외 없이 비축한다. 적게 먹고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된 우리 몸은 불필요하게 저장된 지방을 버리는 법을 알지 못한다.
스트레스와 불안감 또한 문제다. 인간은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낄 때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음으로써 위안을 얻는다. 불안함과 긴장감을 위협 요소로 인식한 우리 몸이 고열량의 에너지를 비축해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달고 기름진 음식은 열량이 높다.
지방조직의 성장을 부추기는 음식도 고찰해야 한다. 지방 조직에서 우리가 과하게 섭취한 열량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바로 지방세포다. 우리는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 두 가지 요소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사춘기 이전의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를 동시에 늘린다.
반면 성인비만은 생성된 지방세포의 크기를 초과열량으로 키운 것이다. 남아도는 열량을 비축하는 역할은 인슐린 호르몬이 담당한다. 결국 인슐린을 빈번하게 또는 과하게 쓰는 식습관을 고쳐야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
탄산음료나 케이크를 입에 달고 산다면 인슐린 또한 내내 분비된다. 이에 따라 지방조직세포는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몸에 500억개 정도 분포해 있는 지방세포는 풍선처럼 유연하게 늘어난다. 세포 하나가 쌀알만큼 커질 수 있으니 400㎏ 넘는 체중이 될 수도 있다.
인슐린은 남아도는 열량을 비축하는 역할을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구나 한번 늘어난 지방세포는 다이어트로 크기가 줄더라도 기존의 풍요로웠던 상태를 기억하기 때문에 쉽게 다시 커진다. 한번 불었던 풍선을 다시 불기 쉬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요요가 왔다'고 표현한다. 250만년간 인류는 당류를 포함한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며 살았다. 췌장 세포의 극히 일부분에서 인슐린이 생성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식습관은 어떤가. 우리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탄수화물, 특히 하얗게 정제된 탄수화물은 비만을 포함한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육류 등 고지방식을 자제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늘린 미국의 실패한 비만정책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체지방 전환율이 높은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현미식사를 함으로써 지방저장 호르몬인 인슐린을 줄이는 것, 날씬하고 건강한 몸만들기의 첫걸음이다.
박창희 겸임교수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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