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고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마침 농협중앙회에서 올 연말 대규모 인사 개편을 예고한 만큼, 강 행장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 행장은 올해 1월 3일 첫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겹악재를 만나 술렁이는 모습이다. 특히 농협은행 노조가 강 행장의 행보에 의문을 보이며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농협은행의 내년도 조직개편안과 강 행장에 대한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농협은행 중앙본부 조합원 2581명 중 1311명이 응답했다.
문제는 응답 인원의 74%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부서 간 협의가 부족했다며 "또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회사 측에서 조직개편을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조직 개편을 실시한다. 본부 사업 부서 63곳 중 32곳의 업무가 변경되는가 하면 16개 조직이 폐쇄되거나 격하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이 대규모 수술을 졸속으로 진행해 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에 강 행장의 경영 평가에 대한 인식도 바닥을 찍고 있다.
직원들이 받는 인사 고과 방식으로 강 행장을 평가한 결과 불량(31%)과 미흡(28%)이 과반을 넘었다. 우수와 탁월 등급은 겨우 9%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강 행장 취임 이후 농협은행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7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조6561억원)보다 4.6%(765억원)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자이익은 5조5088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5조7706억원)과 견줘 4.5%(2618억원) 감소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올해 4월에 발생한 257억원 규모의 과다대출 사고를 포함해 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강 행장이 임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록 1년여의 임기가 남았으나 농협은행이 맞닥뜨린 악재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앙회가 최근 대규모 인사 물갈이를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중앙회는 '범농협 임원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앙회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전무이사 등 상근임원 100여 명을 인사대상에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임기 1년 차밖에 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강 행장 탓으로 돌릴 순 없다"면서도 "중앙회가 대규모 인사 개편을 실시한다고 했는데 마침 악재를 만난 강 행장도 교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예상했다. 연일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전체적인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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