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en리뷰] 직장 현실 고증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주말, 다채로운 볼거리, 들을거리를 찾고 계신가요? ‘디지털데일리’가 드라마, 영화, 콘서트까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회·문화적 현상을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때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조은별 기자] “잊지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딱 10년 전 가슴 속에 이 대사를 새기며 회사 생활을 시작한 ‘미생’들이 어느덧 ‘영포티’, ‘영피프티’에 접어들었습니다. 각 회사별 진급체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부장’을 달 나이죠.
요즘 4050세대들에게 가장 화제인 드라마는 단연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입니다. SNS에는 “회사 상사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온다”, “대기업 부장인 남편을 이해하게 됐다”는 소감이 줄을 잇습니다.
지난 9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은 4.7%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고 OTT 넷플릭스에서도 TV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드라마는 송희구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입니다.
한 대기업 사원이던 송작가는 매일 아침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6시 출근 후 업무 시작 전까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했죠. 2021년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소설은 그의 블로그에서 200만회,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만 100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각각 기록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이 됐습니다. 결국 웹소설,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 제작하기까지 이르렀죠.
드라마는 원작의 줄기를 잇되 김부장의 서사에 중점을 뒀습니다. 25년을 재직한 통신사 대기업의 부장으로, 서울에 자가를 마련한 가장으로, 아들을 연세대에 보낸 아버지로, 김낙수 부장(류승룡 분)은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 충분히 위대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서 안주합니다. 승진을 위해 업무 관리를 소홀히 하고, 아내의 권유로 구축 자가를 마련한 뒤 재테크에도 무심했죠. 아들이 자신처럼 대기업에 입사하길 바랄 뿐, 아들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입니다.
직장에서는 어떨까요? 보고서의 폰트 크키와 컬러를 일일이 지적하고, 부하직원이 자신보다 좋은 차를 타면 꼭 한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꼰대입니다.
후배이자 라이벌인 도부장(이신기 분)이 강남 신축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전세일거야”를 되뇌이며 시기 질투하는 모습에선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성과가 낮아 지방으로 좌천된 동기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남몰래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나, 좌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 나게 영업을 다닐 때는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지방 공장으로 좌천당하죠.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공장 직원들에게 ‘본사 출신’인걸 강조하다 왕따를 당하죠. 공장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뛰어야 하다는 사실도, 늦게 가면 국물도 없다는 사실도 몰랐던 김부장이 펄펄 끓는 라면을 냄비 채 떨어뜨린 뒤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집니다.
늦둥이 자녀를 둔 가장들은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야간 배송 시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SNS에서 “해고나 권고사직처리 하지 않고 지방공장에 보내는건 대기업의 배려”라는 평도 종종 보이곤 합니다.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기 때문이죠.
이제 드라마는 본사 복귀를 위해 ‘공장 20명 인원 감축’이라는 숙제를 받아든 김부장의 선택에 집중할 전망입니다. 과연 김부장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원작의 결말을 따르든, 안 따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김부장은 존재만으로 ‘위대한’ 가장이자 아버지라는 점이죠. 안방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영포티’, ‘영피프티’ 시청자들 역시 ‘위대한 가장’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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