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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도, 계약도 없었다"...이행보증보험 노린 이유[거짓을 청구하다]

파이낸셜뉴스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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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도, 계약도 없었다"...이행보증보험 노린 이유[거짓을 청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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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보증보험 악용해 보험사기
허위 납품계약서 조작해 보증보험 가입
대출회사는 연 10~12% 이자 받는 대부 행위
SGI서울보증 보험사기 수법 강력 대응할 방침



[파이낸셜뉴스] "물품공급계약서 제출합니다"
△△업체 대표 A씨 거래 도중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선급금을 떼였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행보증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행보증보험은 SGI서울보증 운용하는 상품으로 보험 계약자가 다른 회사와 납품 계약을 맺고 나서 물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거나 미리 받은 물품 대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금액 반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A씨는 회사에 더 많은 돈을 조달하기 위해 보증보험을 악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허위 물품공급계약서로 이행보증보험 악용

A씨는 회사 운영을 위한 제도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보증보험의 보증서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출회사와 손잡고 허위 납품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A씨는 금전 차용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납품계약인 것처럼 조작했다. 이후, 허위 계약서를 제출해 보증보험에 가입한다.

A씨는 이를 통해 자금을 쉽게 빌렸고, 대출회사는 보험으로 대출 원금 상환을 보장받으며 사실상 무위험 상태에서 이자를 챙긴 것이다.

이렇게 A씨는 1년 동안 이행보증보험 상품의 보험증권을 담보로 대출회사로부터 60차례 이상 총 11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보험에 가입한 차입회사는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대부업체가 아닌 대출회사는 원금 상환을 보장받으며 연 10~12% 이자를 받는 대부 행위를 했다.

또, 이들 사이에는 허위계약 체결방식의 보증서 발급을 중개하는 브로커가 있었다.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차입회사와 자금 여력이 있는 대출회사가 공모해 보험사기를 벌인 것이다.
보증보험 보험사기 적발 어려워

SGI서울보증은 이같은 방식의 보험사기 정황을 인지한 후, 기획조사를 실시해 보험사기 혐의를 수집했다.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수면 위로 진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수사를 통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알선자 등 총 38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80억원에 달한다.

보증보험 보험사기는 일반 손해보험사기와 달리 보험계약의 근거가 되는 물품공급계약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게 어려워 사건이 복잡하고 적발이 어렵다. 이에 SGI서울보증과 수사기관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험사기 일당을 잡을 수 있었다. SGI서울보증은 적발 업체와 관련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통해 보험사기 편취액을 신속히 환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점차 복잡하고 지능화되는 보증보험 사기 수법에 강력 대응하고자 △보증보험 사기유형 특성을 반영한 예방·적발 시스템 구축 △내부통제·교육 활성화를 통한 전사 대응 역량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응체계를 더욱 견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이번 보험사기는 보험상품을 사적 대출 담보로 이용한 새로운 보험사기 유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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