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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시트 16일 걸린 이유…'우라늄 농축·재처리'가 쟁점이었다

중앙일보 오현석.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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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시트 16일 걸린 이유…'우라늄 농축·재처리'가 쟁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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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양국의 통상·안보 분야 합의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16일 만에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만 해도 대통령실은 “2~3일 안에 발표된다”고 했지만, 양국이 세부 문구 조율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세부 내용 정리,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또 핵 추진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연계된 사안인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쟁점이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는 모든 내용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때 완벽하게 합의됐다”며 “바꾸려고 시도한 게 있다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부분이고, 추가된 게 있다면 핵잠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재처리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고, 마지막 1~2분 전까지 의견 조정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지난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미주리함은 길이 115m, 폭 10m, 배수량 7800톤, 속력은 25노트 이상이다.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대육상공격임무, 특수전, 정찰 및 감시작전, 기뢰전 등 다양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뉴스1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지난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미주리함은 길이 115m, 폭 10m, 배수량 7800톤, 속력은 25노트 이상이다.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대육상공격임무, 특수전, 정찰 및 감시작전, 기뢰전 등 다양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뉴스1



결국 이날 발표된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 실장은 해당 문구의 막판 조율 과정에 대해 “미국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 문구는 얼마 전에 조정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마지막까지 (한국 측이) 막아서 이 문구로 귀착이 됐다”고 했다.

위 실장은 ‘미국 내 다양한 의견’과 ‘문구를 조정하려는 (미국 측의) 움직임’에 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의 움직임에 주목해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러트닉 장관이 아마도 다른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한·미 간 이견보다는 미국 정부 기관 간 다툼이 팩트시트 조율 과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트닉 장관이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한 문안을 팩트시트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었다. 미국 에너지부의 경우 한국이 보유할 핵 추진 잠수함에 미국이 연료를 제공하는 걸 반대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처럼 미국 내부의 이견이 존재하고, 한·미 양국이 세부적 합의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지며 팩트시트엔 큰 방향만 담기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으로 한국은 구체적인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 위 실장은 “어느 만큼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따라 달려 있다”며 “많은 조정이 필요할지, 아니면 작은 조정을 할지는 앞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가령 호주의 오커스(AUKUS) 협정을 참고해 미국 원자력법상 91조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 예측하던 것과 달리 핵잠 건조 장소는 한·미 간 막판 큰 쟁점이 아니었다고 한다. 위 실장은 “마지막까지 많은 논의가 된 것은 사실은 핵잠은 아니었다”며 “핵잠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에 한때 어디서 건조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지만 우리 입장을 설명했고, 그게 반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 간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현석·윤성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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