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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독극물 뿌렸다"…국힘 들쑤신 장동혁 '우리가 황교안'

중앙일보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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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독극물 뿌렸다"…국힘 들쑤신 장동혁 '우리가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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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이 단일대오로 싸우는 와중에 독극물을 뿌린 것 아닌가.”(국민의힘 초선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꺼내든 “우리가 황교안”이란 표현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지난 12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에 체포됐다가 1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도와 대여 투쟁을 하자는 취지였지만 역풍이 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원내에서조차 “황 전 총리와 뭉쳐 싸울 생각이 없다”(지도부 관계자)는 외면과 함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서 단일대오로 맞섰던 친한계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14일에도 황 전 총리를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마포구 중견기업간담회 일정 직후 장 대표는 “제가 목소리를 낸 것은 정치 특검의 무도한 수사에 대한 부분”이라며 “제 발언을 비판하는 것은 강도를 때려잡자고 소리쳤더니 소리친 사람을 때려 잡는 것으로, 그런 사람이 반인권적·반법치주의적 사고를 가진 것이고 그런 사람이 정치 특검 조은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4일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규탄 현장간담회'에서 공사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4일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규탄 현장간담회'에서 공사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 도중 내란 특검이 황 전 총리를 체포한 것을 언급하며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했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선 부정선거 옹호론에 선을 그으며 “그런 발언을 즉흥적으로 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내란 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가 부정선거론에 동조한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초선 의원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인물을 굳이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 와중에 언급하는 게 필요했을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정치 지도자의 말은 개인의 의리를 넘어 국가의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먼저 향해야 한다”고 썼다.

원내지도부는 ‘우리가 황교안’ 발언의 불길 확산을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14일 법원이 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원내 관계자는 “‘우리가 황교안’이란 장 대표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날 장 대표의 ‘전략적 발언’이란 언급이 무색하게 “그날 (황 전 총리가) 체포됐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에선 대장동 공세에 고삐를 쥘 시기에 반격 빌미만 줬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계엄 옹호 행보를 보인 인사를 두둔한 순간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정당 올가미에 걸려드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해당 발언 직후 정치권에서는 “내란에 대한 반성이 없다”(정청래 민주당 대표), “극우 세력과 한몸”(문진석 민주당 의원), “내가 체포됐어야 하나”(우원식 국회의장) 등 비판이 이어졌다.

친한계 등 보수 진영 내부 반발도 크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전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황 전 총리는 우리 당도 아니고, 극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불법 계엄 및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자폭”이라고 썼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장 대표가 지난달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등 돌출 행보를 이어가면서 내년 6·3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불과 일주일 전 광주를 찾았는데, 갑자기 다시 강성 보수 행보로 돌아선 것인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포인트 내린 24%, 민주당은 2%포인트 오른 42%를 기록했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로 평가되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속에서도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말까지도 20%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장 대표를 향한 당내 불만이 더 고조될 것”이라고 했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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