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2호기 모습./사진=뉴스1 |
[파이낸셜뉴스]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2년7개월째 가동 중단되면서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이 기간 원전 대신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전력을 생산한 걸 감안할 때 추정 손실액은 1조원 이상에 이른다. 향후에도 가동 중단이 계속될 경우 단순히 눈덩이 손실에 그치는 차원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 필요한 전력 공급을 못맞춰 순식간에 첨단 기술 경쟁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된다. 수명 연장 심의를 앞둔 다른 원전에 영향을 주고 간신히 살아나기 시작한 원전 생태계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3일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결정한 것은 이를 감안한 합리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2년7개월을 허비하며 지불한 대가는 뼈아프다. 이를 철저히 돌아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AI 주도권 전쟁은 다름 아닌 전력 전쟁과 같은 말이다. 전력이 충분해야 AI를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한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한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이 1기가와트에 이른다. 고리 2호기 발전량의 1.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원전이 제대로 가동돼야 GPU도 돌리고 AI 데이터센터도 운영되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밀어붙이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해서도 원전 정상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해외 기관들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라는 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2024년 대비 50%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40여 국가가 원전을 에너지 전략에 다시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건설 중인 세계 신규 원전 용량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세계 원전 총 설비용량은 2035년까지 최소 35%이상 커질 전망이다. 프랑스, 미국 등에서 기존 원전 수명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이 흐름을 외면해선 안된다.
고리 2호기 뿐아니라 남은 원전도 하루빨리 계속 운전이 결정돼야 한다. 이미 고리 3·4호기가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 가동을 중단했고 한빛 2호기가 같은 이유로 다음달 멈춰선다. 한울 1, 2호기, 월성 2·3·4호기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원전이 하루 멈출 때 발생하는 손실액이 10억원이 넘는다. 원전 연장 허가 기간도 다른 나라처럼 20년씩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술력을 감안할 때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신규 원전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장기 수요에 대비하려면 기존 원전 재가동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앞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대형 원전 2기와 SMR 건설을 확정했지만 지금은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일정을 맞추려면 연내 원전 부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원전은 이념과 정치 다툼의 영역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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