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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1장 바꿨더니" 고위험상품 확 줄었다…'넛지'로 불완전판매 막는다

머니투데이 김도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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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1장 바꿨더니" 고위험상품 확 줄었다…'넛지'로 불완전판매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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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주 서울대학교 교수진은 기존 ELS 설명서(좌측)가 위험은 과소평가하고 이익은 과대평가한다고 봤다. 이에 개선된 ESL설명서(우측)으로 변경 후 소비자들은 ELS 상품이 아닌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비중이 늘어났다/자료=최승주 서울대학교 교수

최승주 서울대학교 교수진은 기존 ELS 설명서(좌측)가 위험은 과소평가하고 이익은 과대평가한다고 봤다. 이에 개선된 ESL설명서(우측)으로 변경 후 소비자들은 ELS 상품이 아닌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비중이 늘어났다/자료=최승주 서울대학교 교수


#유치원 원장으로 은퇴한 분이 은퇴자금으로 벨기에 펀드에 투자를 했다가 전액 손실이 났다. 노후생활이 안 되니까 파트타임으로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금융사 말만 믿고 남편의 퇴직금 2억원을 투자한 아내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기도 했다.(김화규 벨기에 펀드 투자자 대책위원회 대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과 투자자의 손실이 이어지자 '넛지'로 불리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안전한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특히 고령층 투자자의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13일 '금융투자상품 설계·판매 단계의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를 주제로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승주 서울대학교 교수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금융상품 판매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넛지'를 활용해 금융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는 대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넛지(nudge) 이론은 강요없이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힘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 용어다.

금감원의 연구 용역을 받은 최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을 두고 지난 8월부터 시중은행 지점의 협조를 받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객이 투자자성향평가 이후 ELS 상품의 가입의사를 밝히고 ELS 상품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한 장의 추가설명서를 끼워넣는 '넛지' 방식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기존 ELS 설명서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손실을 과소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은행권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손익구조 그래프가 최상단에 '최대 이익 가능액'을 쓰고, 그 아래에 '최대 손실 가능액'을 둬 이익에 집중하도록 만든다고 봤다.

또 이익률은 최대 18.9%이고 손실률은 최대 100%인데도 시각적으로 왜곡되게 그래프를 축소했다고도 지적했다. 연 수익률이 고정된 ELS 상품을 투자기간에 따라 연 수익률이 늘어나는 것처럼 표시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첫 번째 대조군에 손익구조 그래프를 개선해 보여줬다. 최대 손실 가능액을 최상단에 두고 최대 이익 가능액은 최하단에 뒀다. 또 그래프의 규모가 왜곡되지 않게 재조정해 손실률이 최대 100%임이 드러나게 했으며, 시점에 상관없이 연 수익률은 동일함을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대조군에는 ELS를 판매하는 창구 직원이 ELS가 아닌 DLB(기타파생결합사채)와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비교해서 보여주도록 비교표를 추가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계약금액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으나, 위험을 피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조군의 고객이 ELS가 아닌 DLB나 ELB를 함께 가입하는 확률이 54~77%까지 증가했다. 전체 가입금액 대비 ELS 상품에 가입하는 금액은 3~5% 감소했다.


특히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위험회피 경향은 더 뚜렷했다. 비고령층 대비 고령층은 ELS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5~7%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번째 대조군의 고령층의 경우에는 가입금액도 같이 감소했다.

최 교수는 "아주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판매절차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개선을 했다"라며 "특히 취약계층에서 도드라지게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하고 분산 투자를 하는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제언을 검토해 향후 감독 업무에 충실히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18일에는 실손보험 등 보험상품, 27일에는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예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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