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다. 현재의 경제·사회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락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에는 내년이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줄 것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1%포인트씩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곧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켜진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내수 소비 등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을 계기로 개혁의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높아진 국정 지지율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경기 호조, 소비 회복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내년 성장률 전망도 1.6%에서 1.8%로 높이는 등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현 정부의 공약인 ‘잠재성장률 3% 회복’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이다.
대통령이 개혁 대상으로 꼽은 규제·금융·노동은 성장과 직결된 분야다. 선진국에선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 산업이 한국에선 각종 규제에 묶여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택대출에 주로 의존하는 금융시스템은 혁신 산업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이다. 노사 대립이 극심한 노동시장은 국가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 고갈 시점만 늦춰 놓은 연금제도, 방만 경영의 대명사인 공기업 역시 구조개혁이 시급한 영역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임기 초부터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문제 등에서 경험한 것처럼 결국 구체적 사안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구조개혁의 관건이다. 개혁의 목표를 ‘성장 잠재력 제고’로 세운 만큼 정부가 이에 합치하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내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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