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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가 황교안”이라니, ‘내란당’ 자인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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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가 황교안”이라니, ‘내란당’ 자인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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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의원들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의원들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내란 선동)로 12일 체포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고 했다. 제정신으로 한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우원식 의장은 13일 “우리가 황교안이라니! 그날 밤, 정말 내가 체포됐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궁금해진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장 대표는 정녕 비상계엄 치하에서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이 체포되고 헌정질서가 땅에 처박히는 상황을 원했다는 건가. 아무리 극우 행보를 보여온 장 대표라지만 이번 발언은 국민의힘이 ‘내란당’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극언이 아닐 수 없다.



황 전 총리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13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며 국회의장 등의 체포를 주장한 것은 명백한 내란 선동 행위다. 장 대표는 “황 전 총리의 발언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들어간다”며 옹호했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발언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는 나라는 없다. 내란이 실행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황 전 총리의 선동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또 황 전 총리는 허황된 부정선거론에 매달리는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라면 장 대표는 부정선거 주장에도 동조한다는 것인가.



장 대표는 지난달 1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 때 공약한 것을 기어코 실행에 옮겼다. 내란 세력과 절연하기는커녕 그들과 한통속임을 대놓고 천명한 셈이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공당의 책무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보의 연속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다. 이를 두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란몰이고 정치보복 광풍”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적극 임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특검 수사로 드러난 표결 방해 혐의까지 비호하고 있다. 이렇게 내란 세력을 옹호하고 단죄를 방해하는 데만 몰두해서야 어떻게 ‘내란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나. 내란을 속히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계속 저버린다면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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