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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오라고? 아니 찢고 올게!"…교문 밖 기도, 응원봉도 등장 [2026 수능]

중앙일보 김정재.이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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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오라고? 아니 찢고 올게!"…교문 밖 기도, 응원봉도 등장 [2026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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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13지구 제14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 할머니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뉴스1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13지구 제14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 할머니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뉴스1



“수험 생활 끝내는 날인데 마음 편안하게 임해! 저녁 맛있는 거 해놓을게!”

13일 오전 7시3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앞. 수험생 딸을 배웅하러 온 김모(49)씨는 딸에게 수험표와 간식을 건네주고 이같이 말했다. 딸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김씨는 “사랑하는 딸에게 그간 해준 것도 없지만, 어느새 저렇게 잘 커서 수능까지 보러 온 게 대견하다”며 “시험 못 봐도 아무 상관 없다. 건강하면 그거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 앞에서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고등학생들이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 응원봉과 '수능 대박 날 사람은 바로 너'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아미 기자

13일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 앞에서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고등학생들이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 응원봉과 '수능 대박 날 사람은 바로 너'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아미 기자



수능이 시작되기 전, 서울 금옥여고와 여의도여고 등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 앞에서는 학생들의 긴장한 발걸음과 학부모의 따뜻한 격려가 교차했다. 수험생들은 가족·선생님·후배 등의 응원을 받으며 교문 안으로 몸을 옮겼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안아주며 “긴장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는 학부모도 많았다. 오전 7시33분 금옥여고 앞에선 한 학부모와 수험생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덜어내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모녀 사이의 대화는 이랬다.

▶수험생 A양=“엄마, 수능 찍고 올게”

▶학부모 B씨=“그래, 어려우면 그냥 찍고 와도 돼”

▶A양=“아니, 찢고 올 거라니까?”(‘찢다’는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뜻의 힙합계 은어)


▶B씨=“흐흐, 믿는다!”

13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정문 앞에 한 수험생이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있다. 김정재 기자

13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정문 앞에 한 수험생이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있다. 김정재 기자



서울 여의도여고 앞에선 아이돌 그룹 ‘NCT’의 응원봉도 등장했다.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인 여학생 5명이 손을 맞잡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NCT 멤버들의 사진과 함께 ‘수능 날 대박 날 사람은 바로 너’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들었다.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는 등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 여의도여고에 수능을 치러 온 검정고시 출신의 수험생 김모(18)양은 “어제 잠도 잘 잤지만, 막상 시험장 인근을 도착해 분위기를 보니 점점 떨린다”고 말했다.

입실 마감 시간(오전 8시10분)이 다가오자 가까스로 도착해 정신없는 모습을 보인 수험생들도 적잖았다. 오전 7시58분쯤 금옥여고 앞에 ‘수험생 수송 지원 차량’이라고 적힌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기사 뒤에선 빠른 속도에 머리가 헝클어진 한 수험생이 긴장한 표정으로 급히 내렸다. 그러곤 고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오전 8시쯤에도 ‘서울 소방 강서 17호’라고 적힌 소방청 소속의 차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착해 수험생을 내려줬다.


13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정문 앞에 한 수험생이 긴급 호송 차량에서 급히 내리고 있다. 김정재 기자

13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정문 앞에 한 수험생이 긴급 호송 차량에서 급히 내리고 있다. 김정재 기자



이외에도 금옥여고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백암고와 위치를 헷갈려 잘못 찾아온 학생도 여럿 있었다. 교문이 닫히기 직전 뒤늦게 찾아온 한 학부모가 “9시험실의 OOO학생에게 도시락을 전달해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청은 이날 수험생 호송 등 총 23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경기 서해안고속도로 팔탄JC 서울 방향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전 차로 통제가 이뤄지자,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가 한 수험생을 서울 중구 이화여고까지 50㎞를 달린 사례도 있었다.

13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전 시험감독관이 수험생에게 수능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배부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13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전 시험감독관이 수험생에게 수능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배부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올해 수능 한파는 찾아오지 않았다. 대부분 두꺼운 외투 대신 가벼운 후드티나 운동복을 입은 채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검정 후리스 재킷에 슬리퍼를 신은 이모(18)양은 “혹시 몰라 담요만 가방에 넣어왔다”고 했다. 금옥여고 앞에서 매년 수능 시계를 팔고 있다는 70대 할머니는 “올해는 유독 춥지 않다”며 “몸이 가벼우니 대부분 시계도 빼먹지 않고 왔다. 그래서 장사가 안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번 수능엔 총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총응시자 수로는 7년 만에 가장 많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증원 전 규모(3016명)로 돌아가면서 ‘N수생’ 응시자는 줄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수능을 보면서 지난해보다 9.1% 급증했다. 여의도여고 앞에 딸을 배웅하러 온 40대 전모씨는 “돼지띠 애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리며 “1년만 빨리 낳을 걸”이라고 푸념했다. 박재홍 대치이데아 수학 강사도 “제자들이 잘 봐야 할 텐데, 응시자 수가 너무 많아 향후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은 일반 수험생 기준 오전 8시40분에 시작해 오후 5시45분에 종료된다. 경찰은 시험 종료 시까지 시험장 주변에서 소음 유발 요인에 대해 신속 조치할 예정이다. 시험 종료 후에는 미성년자 음주나 무면허 운전 등 예방을 위한 안전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정재·이아미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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