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백만장자 부부가 아랍에미리트 사막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East2west News]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러시아의 암호화폐 백만장자 부부가 잔혹하게 살해된 뒤 사막에 암매장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행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용병 2명과 전직 강력계 형사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러시아 출신의 로만 노박(38)과 그의 아내 안나 노박으로, 부부의 시신은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 훼손된 채 발견됐다.
노박 부부는 한 달 전 두바이 인근 산악 리조트 ‘하타’에서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실종됐다. 이들은 납치된 뒤 거액의 몸값을 요구받았으나 돈을 지불하지 못하자 하타의 한 빌라에서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빌라와 렌터카 등 범행 현장에서 부부의 혈흔과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를 발견했다.
용의자는 전직 살인사건 수사관이자 마약 밀매업자인 콘스탄틴 샤흐트(53)와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던 유리 샤리포프(46), 블라디미르 달레킨(45) 등 3명으로, 모두 러시아 국적이다. 세 사람은 두바이에서 귀국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스타브로폴, 크라스노다르 등지에서 체포됐다. 또 다른 러시아인 5명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돼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노박 부부를 납치해 암호화폐 지갑의 비밀번호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피해자 부부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하타로 향했다”며 “운전기사가 부부를 호숫가 주차장에 내려줬으며, 그들이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탄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실종 직후 노박은 지인들에게 “오만 국경 인근 산속에 갇혀 있으며 20만달러(약 3억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돈은 마련되지 않았고, 결국 부부는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매체 폰탄카 통신은 “암호화폐 지갑은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로만 노박과 그의 아내 안나 로박 [East2west News] |
노박은 평소 SNS를 통해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고급 자동차와 개인 제트기 등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해왔다. 실종 직전에는 희귀 영국산 스포츠카 ‘AC 코브라’를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실종 당시 사업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로부터 3억8000만 달러(약 5400억원) 이상을 가로챘다는 의혹으로 조사받고 있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피해자에는 중국과 중동의 사업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박은 2020년에도 암호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그는 자신을 파벨 두로프와 같은 수준의 인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설득해 막대한 돈을 빼앗는 데 능한 조종자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