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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한다고 세입자 내쫓더니… 토허제 ‘꼼수 매도’ 기승

파이낸셜뉴스 전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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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한다고 세입자 내쫓더니… 토허제 ‘꼼수 매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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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거주 땐 매매 불가능해
전세금 가용 자금 충분한 집주인
갱신거절 후 매도 사례 비일비재
제3자 매도 땐 법적 제재도 없어
"법적 보호 못 받아" 세입자 울상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다. 계약 만료 최소 2개월 전 갱신 의사를 알려야 하는 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기로 했다며 갱신 거절의 뜻을 알려왔다. A씨는 "집주인이 집을 급히 팔 생각이 있다고 했었고, 집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매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실거주를 한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소유주들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며 세입자를 퇴거시킨 후 수 개월 내 집을 매도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는 매매 자체가 불가능 하다 보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일단 계약 갱신을 거절한 후 곧바로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토허구역에서 집을 팔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여겨진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한 후 실거주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에 따라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이내에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반면 제3자에게 임대가 아닌 매도를 한 경우를 제재하는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다.

법무법인 하신 김지원 대표변호사는 "주임법 제6조의3 제5항이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규정을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며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규정에 따라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법원 실무 경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사후적인 구제책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집주인이 한 두 달 거주한 후 집을 팔아버리면 실거주 계획을 허위로 내세웠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만, 법적 보호가 미비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구체적인 실거주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집주인 의사의 진위여부 판단에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처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일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는 현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 집주인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집을 매도한 자금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기에 임대차법의 세입자 거주 보장 기간인 '4년' 후 매도를 계획하지만, 전세금으로 가용할 자금이 충분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준 후 단기 실거주가 가능하다. 또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70~80%가 아닌 50% 수준인 만큼, 예비 매수인에게 중도금을 50% 가량 받아 전세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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