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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역 주변은 환희의 바다"... 北, 여자 월드컵 우승에 '거리 응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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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역 주변은 환희의 바다"... 北, 여자 월드컵 우승에 '거리 응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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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역에 대형 전광판 통해 녹화 중계
"환희의 바다, 격정의 바다"
"구면인 듯 승전 기쁨 나눴다"


북한 주민들이 시내 대형 전광판과 TV로 결승 경기를 관람하다 선수들이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시내 대형 전광판과 TV로 결승 경기를 관람하다 선수들이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자 주민들이 평양 한복판에서 거리 응원을 펼쳤다. 북한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런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이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는데, 국제 스포츠 대회 우승을 통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주민들의 생생한 응원 장면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어린 자식의 손목을 잡고 걸음을 다그치던 젊은 여성들도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대형 전광판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았다"며 거리 응원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앞서 북한은 9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3대0 대승을 거두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하루 뒤인 11일 오후 8시 30분에 이 경기를 녹화 중계했는데, 녹화 방송을 시청하며 거리에서 응원한 주민들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시내 대형 전광판과 TV로 결승 경기를 관람하다 선수들이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시내 대형 전광판과 TV로 결승 경기를 관람하다 선수들이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평양역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결정적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껑충 뛰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이 네덜란드 골문을 가르자 주민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보도된 사진에 보이는 거리 응원단 규모는 수십 명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광장 같은 공간에서 대형 전광판을 함께 보며 응원하는 모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남측에서 펼쳐졌던 거리 응원전 모습을 연상케 한다. 노동신문은 "평양역 주변은 말 그대로 환희의 바다, 격정의 바다로 화하였다"며 "모두가 마치 구면인 듯 얼싸안고 승전의 감격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 경기를 11일 중계했다. 평양=조선중앙TV 화면 캡쳐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 경기를 11일 중계했다. 평양=조선중앙TV 화면 캡쳐 연합뉴스


북한팀이 참가한 주요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당국은 통상 주민들이 실내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번처럼 거리 응원에 나선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우리의 미더운 여자축구 선수들의 승전 소식이 전해진 때부터 시간이 퍽이나 흘렀지만 학교에 차 넘치는 감격과 흥분은 좀처럼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 대회 우승은 2008년·2016년·지난해에 이어 4번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