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압 논란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해명 내용 중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명이 오히려 “외압 자백”이라고까지 몰아세우고 있다.
정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신중”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지 3, 4일 뒤 법무부 실무진으로부터 “항소할 필요가 있다”는 대검찰청의 의견을 보고받은 뒤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항소 시한이던 7일 위원회 출석차 국회에 머물고 있던 중 또다시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는 보고를 받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의사 표시’였을 뿐 ‘지휘’는 아니라는 취지인 셈이지만, 억지논리가 아닐 수 없다.
법무부 보고에 앞서, 대장동 수사 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 결정을 했고, 서울중앙지검장 결재를 거쳐 대검까지 항소 의견을 냈다. 더구나 7일 오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지휘부가 대검에 공식적인 항소 허가를 받기 위해 승인을 요청하고 항소장 접수를 준비하던 때였다. 이런 마당에 법무부 장관이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지침을 내리면 기존 결정을 바꾸라는 압박으로 해석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정 장관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과의 통화는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행은 “7일 오후 8시쯤 법무부에서 ‘항소하면 안 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대검 연구관들에게 밝혔다. 어떤 경로로든 정 장관의 의사가 검찰에 전달됐고 ‘항소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정 정관은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장관의 이런 생각이 타당한지는 차치하더라도, 만약 그런 판단을 했다면 최소한 법에 정해진 대로 문서를 통해 정식으로 노 대행에 대해 수사지휘를 했어야 했다. 이제 와 ‘지침을 준 바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떳떳하지도 않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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