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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준일]한동훈-장혜영 식 토론… 정청래-장동혁은 할 수 없나

동아일보 김준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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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준일]한동훈-장혜영 식 토론… 정청래-장동혁은 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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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김준일 정치부 기자

최근 ‘택배 새벽 배송’을 주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정의당 장혜영 전 의원의 토론이 적잖은 관심을 불러왔다. 여당 주도의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0시∼오전 5시 택배노동자의 새벽 배송 제한을 논의한 것을 두고 두 사람이 온라인 논쟁을 벌이다 성사된 일대일 정책토론이었다.

한 전 대표는 “자유로운 시민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며 택배 노동자의 선택권에 개입하려는 규제 시도를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죽음을 각오한 자유일 수는 없다”며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이 같은 토론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소비자 편익, 노동자 건강권 등으로 논의를 넓혀 나갔다. 차분하게 진행된 토론은 평소 이 주제에 무관심했던 이들에게도 곱씹어볼 지점을 제시했다.

6월 대선에서도 일대일 토론이 주목받은 적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경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미래 기술을 주제로 판교 정보기술(IT) 개발자들 앞에서 토론을 벌였다. 부족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와 하드웨어 한계 극복 대안, AI 인력 양성을 위한 구조개혁 등에 대한 논의를 쉬운 말로 주고받으며 유권자들에게 미래산업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들이 특정한 주제로 벌이는 일대일 토론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정치인들의 일대일 토론이 뉴스로 여겨질 만큼 우리 정치에서 희귀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여야 최고위급 정치인들의 일대일 토론은 4년 전 ‘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공개토론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2023년 5월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서로 토론을 제안하고 실무협상 단계까지 갔지만 기싸움만 벌이다 무산됐다. 올 2월엔 당시 이 대표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상속세 개편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의제와 격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없던 일이 됐다.

대선 후 여야에 새 지도부 체제가 들어선 뒤로는 이런 시도조차 사라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상대 당을 향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음을 명심하라” “반헌법적 정치테러 집단”이라고 공격하는 극단적 대치 상황에선 토론 논의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두 대표 모두 미래 권력 후보라는 점에서, 또 민생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진지한 일대일 토론이 필요하다. 소비쿠폰을 두고 정 대표는 내수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산이라고 강조한 반면 장 대표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약탈성 예산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 정 대표는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을 강조하고, 장 대표는 고용 탄력성과 청년 일자리 보장 대책 마련을 앞세운다.

주제가 무엇이 됐든 보수와 진보 간 견해차가 큰 민생 현안을 두고 두 대표가 치열한 논쟁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구할 일대일 토론장을 연다면 시민들은 국회가 대립과 파행의 장이 아닌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공간이란 걸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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