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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가담 공직자 색출한다…李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중앙일보 오현석.박준규.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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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가담 공직자 색출한다…李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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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를 조사하고 인사조치를 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성하고. 49개 중앙행정기관마다 10인 이상 규모의 조사 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한 데 이어 공무원 인적 쇄신 TF를 발족하자,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TF 구성 제안을 받고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사안도 있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안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조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TF가) 필요할 것 같다”며 “꼭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고,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TF는 12·3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을 임무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TF 구성 이유를 “내란 재판·수사 장기화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문제도 제기됐고, 결과적으로는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반목을 일으키고 국정 추진 동력을 저하시킨다고 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TF의 조사 목적은 12·3 비상계엄 전후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계엄 6개월 전부터 ‘내란 사전 모의’나 실행에 가담했거나, 탄핵 선고 시점(4월 4일)까지 사후정당화나 은폐 과정에 참여한 사람, 계엄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했거나 실행한 공직자 등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처,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처,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구체적인 조사는 행정기관별 TF에서 조사·판단하되, 총리실 산하 총괄 TF가 보완·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터뷰(심문), 서면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의 방법을 총동원한다. 공용 재산인 업무용 PC나 서면 자료는 기본적 감사 권한 범위에서 열람하며,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한다. 다만 상당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비협조적인 경우엔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 등도 고려하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오는 21일까지 기관별 TF 구성을 완료하고, 내년 1월까지 기관별 조사를 마무리한 뒤 설 연휴 직전(2월 13일)까지 인사조치를 마무리하는 등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F가 공식 출범하면서 당분간 ‘내란 종식’ 전선이 정국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장동 사건 1심 결과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과 그로 인한 검찰 내부 반발로 정부와 일군의 검사들이 전면전을 시작한 상황에서, TF 조사가 정관계에 긴장을 높일 수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내란 특검의 동력이 확 꺼질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내란 청산’ 프레임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여론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공직자 물갈이가 본격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을 들먹이지만, 실상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공직자를 솎아내고 숙청하기 위한 완장질 TF”라며 “반대 의견을 내면 ‘내란 잔재’로 몰리고, 충성하지 않으면 인사 명부에서 지워지는 완장 사회가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내 TF 논의가 처음 공개된 건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였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란 당시 부처 공무원들이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동의한다”면서 “조만간 관련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정부 내 논의를 거친 끝에 헌법상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는 김 총리가 총대를 메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송미령 장관 유임 결정에서 보이듯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모두 ‘내란 청산’보다는 국정과제에 매진하고 싶어 했는데, 정작 일을 하는 공무원 사이에서 ‘내란 가담자가 승진한다’는 식의 불만이 대거 접수됐다”며 “부처별 감찰권을 활용해 공직 사회 내부 신뢰를 신속히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이번 TF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청산위원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과 ‘통합’이란 가치를 내걸어 온 만큼, 내란 종식 절차는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TF’는 조사 대상이 추상적이었다면, 이번 TF는 12·3 비상계엄 가담자로 구체적”이라며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박준규·조수빈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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