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특정 사례 상정 안 해" 한발 물러서…발언 철회는 거부
정부 내 "美도 모호한 전략"·"실무진 답변만 읽어야" 지적 잇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2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혀 중국이 반발하고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커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소속 오오구시 히로시 의원이 대만 유사 사태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지난 7일 국회 답변을 철회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답변이었다"며 철회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답변이 기존의 정부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은 "반성할 점"이라며 "앞으로 특정 사례를 상정한 것을 이 자리에서 명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자신의 발언을 "정부 통일 견해로 내놓을 생각은 없다"며 "어떤 사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오오구시 의원은 "총리의 국회 발언은 매우 중대하다"며 "가볍게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직 총리로서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지난 2015년 새롭게 도입된 개념으로,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과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일본의 제한적 집단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자위대의 방위 출동이 가능해진다.
이 발언에 대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다카이치 총리가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며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대 정치문서 정신 및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도 지난 8일 엑스(X)에 "멋대로 끼어든 그 더러운 목(다카이치)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는 원색적인 비판글을 올렸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기존 발언에서 한 발짝 물러선 배경에 정부 내에서 확산한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한 방위성 간부는 "일본의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우려했고, 다른 방위성 관계자도 "미국조차도 대만 유사에 대한 대응을 명시하지 않는 '모호한 전략'을 취한다"며 "역대 총리처럼 흐릿한 표현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자기 생각이 아니라 실무진이 준비한 답변을 읽어주는 편이 낫다"라고도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국내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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