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2025.11.6 뉴스1 |
국회를 중심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덜면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의견이 중견기업계에서 나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 16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응답 기업의 62.1%가 고령자의 계속 고용 방식(고용 연장)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했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를 선택한 응답은 각각 33.1%, 4.7%였다.
중견기업의 52.6%는 이미 법정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69.6%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임금은 정년을 맞은 시점 대비 80∼90%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계속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법으로 정년 연장을 못 박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숙련 노동자 부족과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 고령층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으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크다.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60∼64세 근로자가 모두 정년 연장 대상이 되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연 3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었다고 분석했다. 노조가 있으면서 고용 보호를 두텁게 받는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에만 정년 연장의 혜택이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고용 연장은 꼭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12년에 걸쳐 추진하면서 노사 합의를 거쳤고 기업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연내 입법을 목표로 속도전에 나설 게 아니라 숙련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청년 고용 여력을 유지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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