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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치아가 다시 자라” 발칵…바르면 복원되는 치약 나온다

헤럴드경제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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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치아가 다시 자라” 발칵…바르면 복원되는 치약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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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치료 후 재생된 법랑질 [노팅엄 대학교]

2주간 치료 후 재생된 법랑질 [노팅엄 대학교]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치아의 법랑질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단백질 젤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치아에 바르면 침 속의 칼슘과 인 이온을 끌어당겨 새로운 에나멜 층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5일(현지시간) 과학전문매체 뉴아틀라스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이 같은 단백질 기반 생체 모방 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법랑질은 치아의 최외곽을 덮는 단단한 보호막으로,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 산성 음식이나 당분, 이갈이, 잘못된 칫솔질 등으로 마모되면 충치나 치아 파절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젤은 치아 표면에 바르면 치아 내부로 스며들어 미세한 균열이나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핵심 성분은 유아기 법랑질 형성을 유도하는 천연 단백질을 모사한 ‘엘라스틴 유사 재조합체(ELR)’다.

이 단백질은 치아 표면에서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하며, 침 속에 떠다니는 칼슘과 인산염 이온을 끌어당겨 약 10일 만에 새로운 에나멜 층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에피택셜 광물화(epitaxial mineralization)’로 불리며, 새로 형성된 광물이 기존 조직과 융합해 자연 법랑질과 유사한 구조와 강도를 갖게 된다.

연구를 이끈 압샤르 하산 박사는 “이번 소재는 결정 성장을 체계적으로 촉진해 건강한 자연 법랑질 구조를 복원한다”며 “치아 부식 정도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고, 법랑질의 미세 구조와 기계적 특성까지 복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으로 부식된 발치 치아에 젤을 코팅하고 인공 타액 용액에 담갔다. 그 결과 플루오르아파타이트(fluorapatite) 나노결정이 형성돼 자연 에나멜 층과 거의 동일한 강도를 보였다. 전동칫솔로 1년치 양치에 해당하는 마모 실험, 씹기·이갈이 하중 실험에서도 ELR 코팅 치아는 자연 치아보다 더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노팅엄대 생체재료학과 알바로 마타 교수는 “이 기술은 임상의와 환자 모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며 “법랑질 손실이나 상아질 노출로 고통받는 모든 연령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이 젤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 임상에 도입되면 마모되거나 깨진 치아를 복원하고 시린이 증상을 완화하는 등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