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5분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한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의 증언에 직접 반박했다. 이에 현역 방첩사 장교는 "방첩사 내부에도 계엄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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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 간부 "'서버 확보' 지시에 이의 제기"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가 10일 연 내란 혐의 28차 공판에서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방첩사 간부들을 직접 증인신문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날 증인석에 선 유모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 선관위 사무국과 여론조사 꽃의 전산실을 확보하는 게 임무라고 말하면서, 만약 안 되면 하드디스크를 떼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유 대령은 윗선의 지시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다고 했다. 유 대령은 "특히 저희 사이보버안실이 수사관 자격이 있는가, 둘째는 (하드디스크가) 전산장비이다 보니 그냥 가져오면 고장이 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절차를 맞추지 않으면 위법수집증거로 증거가 왜곡될 수 있어서 가져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에 나서 "계엄이란 건 유사 군정과 비슷해서 계엄 당국이 입법부를 제외하고는 행정·사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걸 아나"라고 물었다. 비상계엄하에서 계엄당국이 내린 지시이므로 정당한 임무였다는 주장이다.
유 대령이 "안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어떤 정부 부처를 들어가서 거기에 있는 자료라든가 DB(데이터베이스) 현황이라든가를 점검·확인하는 건 계엄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인 걸 모르나"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유 대령은 "그것도 절차에 맞게 적법하게 해야지, 그냥 떼 오라고 지시하면…"이라며 "점검하더라도 특별수사관 자격이 돼야 하는데 저희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유 대령은 증언이 끝난 뒤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며 "12·3 비상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 내부에도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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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 8명이서 '정당하지 않은 임무' 판단"
이날 오전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과천 중앙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를 받은 양모 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중령)이 증인으로 나섰다. 양 중령은 "포고령 2호에 따른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은 뒤 임무를 받은 8명의 인원이 정당성을 따져봤을 때 정당하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출동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다만 항명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출동은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 법무 검토를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에서 '금한다' 등 사람에 대한 조치를 언급할 뿐, 압수 수사가 가능하다는 명문 규정은 없어 '서버 확보' 지시는 불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여러분에게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명령을 이행하라고 내려온 적이 없지 않나"라며 "여러분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법적 검토를 하고 일단 출동하자고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간 윤 대통령이 '경고성 계엄'을 주장해온 만큼 임무 수행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양 중령은 그러나 "자유스러운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증인으로 나선 이모 방첩사 군사보안실장(대령)에 대해서도 "임무와 관련해서는 이동한 것 말고는 한 게 하나도 없네요"라며 경고성 계엄을 주장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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