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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성과는 있었지만… '필리 조선소'는 트럼프의 되치기" [fn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성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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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성과는 있었지만… '필리 조선소'는 트럼프의 되치기" [fn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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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오른쪽)와 노동일 주필이 지난 3일 서울 강남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APEC정상회의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오른쪽)와 노동일 주필이 지난 3일 서울 강남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APEC정상회의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경북 경주에서 지난 1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미·한중·한일 회담에 미중 정상회담까지 겹치며 한국 외교의 '복합 시험대'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3일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과의 대담에서 이번 일정을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 외교의 장이면서 복합 외교의 실천 무대"라고 규정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에 이른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 자체가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공개 언급' 이후 트럼프 대통령가 '미국 필리 조선소 건조'를 제안하면서 향후 건조까지 불확실성이 커진 점,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한한령 등 민감한 현안들을 다 제쳐두고 민생 경제 분야의 양해각서(MOU) 수준에 그친 점을 '옥에 티'로 꼽았다.

관심을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북미 회동이 불발된 배경은 북한이 요구한 조건인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의 선언적·공신력 있는 천명과 연합훈련·전략자산 전개 중단이 선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한국은 미국과 대북 정책을 훨씬 더 동조화하고 이 대통령의 END(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구상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속에 추진해 북미 협상 국면에서도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APEC 정상회의와 관세협상을 총평하자면.

▲ APEC 회의는 한국 외교의 시험대였다. 미국과는 관세 협상을 해야 되는 거고 미, 중 두 국가 수반을 국빈으로 초청했고 양자 회담과 다자 체제를 같이 한 복합 외교의 시험장이자 실천 무대였다. 관세협상과 관해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합의가 안 됐으면 지난한 실무 협상과 정상 간 담판이 또 필요했을 것이다. 관세협상 합의가 이뤄진 것 자체가 성과다. 그동안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일본과 EU는 15%라 경쟁에서 위에 서 있었다. 현대차 기아차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 감소했고 협력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고가 소진되는 3·4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서 한국이 원하는 것은.

▲ 농축 우라늄 권한과 핵연료 재처리다. 원전 연료는 전액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그중 상당 부분은 러시아에서 산다. 재처리가 돼야 부피를 20분의 1에서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미국 내 강력한 반대 전통이 있어 협상이 어렵지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당 부분 가능성이 열렸다고 본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 이재명 대통령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공개 언급과 이와 관련한 판단은.


▲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한미 간 밀접한 협의가 더 필요한 사안인데 공개 석상에서 얘기한 점은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다며 필리 조선소에서 만들어라고 하면서 되치기가 됐다.

―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필리 조선소가 낳을 불확실성은.

▲ 필리 조선소는 방위산업체 지정과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하고 인프라도 전혀 구축이 안 돼 있다. 인프라 구축만 최소 3~5년 걸린다.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비용이 3~4배 더 들 수 있다. 미국 기술로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가 되더라도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앞으로의 협상이 필요하다.


―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원자력협정 개정의 관계는.

▲ 별개로 가야 한다. 농축 우라늄 20%까지 권한과 핵연료 재처리는 그것대로 추진하고 잠수함은 한국에서 만들도록 협상해야 한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로 1500억 달러 투자 문제가 있으니 미국 조선업 생태계 복원과는 별개로 다루는 게 필요하다.

― 중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관련, 문제 제기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원자력 추진 동력을 말하는 것이고 핵무기가 아니다. 북한은 100% NPT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비난하려면 북한을 먼저 비난해야 한다. 일본도 필요성을 말하고 있어 중국의 명분과 논리는 강하지 않다.

―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한령 등 현안에 대한 평가는.

▲ 중국은 한한령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 실질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합의는 민생 경제 분야의 7개 MOU이고 민감한 문제들은 합의가 없다. 앞으로 논의해 가겠다는 수준이다. 한한령이 정말 열리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외에도 서해에 불법 구조물이 있다. 100% 불법 구조물이다. 잠정수역에서 어업 외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있어 민감한 사안이 남아 있다.

― 중국의 비핵화 표현 변화와 대북 인식은.

▲ 중국은 2020년부터 비핵화라는 표현을 안 쓰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든 한반도 비핵화든 표현을 완전히 빼버렸다. 최근 북한과 관계를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비핵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북한 편을 드는 묵인과 역할 제한이 보인다.

― 북핵을 둘러싼 워싱턴의 분위기와 실제 억제력은.

▲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아무것도 안 했다. 미국은 군사적 억제로 본다. 북한이 2차 타격 능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저위력 핵 W762를 실전 배치했고 미사일 방어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흔히 말한 골든돔 얘기가 나온다. 목표는 사실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지만 그로 인해 북한 핵의 억제 능력은 더 커진다.

― 한국의 기본 방향과 억제력 강화는.

▲ 확장 억제를 제도화하고 우리 스스로의 능력도 확충해야 한다. 핵 잠재력의 일정 수준 확보가 억제력에 도움이 된다. 농축과 재처리, 투발 수단, 기폭 장치는 범용 기술과 산업 능력의 문제다. 한국의 미사일은 세계 탑 클래스다.

― 북핵 고도화가 가져올 북한 내부·대외 효과에 대한 평가는.

▲ 핵의 효용성은 억제 능력이 강화될수록 떨어진다. 핵과 인공지능(AI)를 같이 연결하는 AI 넥서스가 발전하고 있어 언제 어떻게 쏠지를 사전에 맞춤형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경제 개발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온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회동 무산 배경은.

▲ 트럼프가 정말 노력했지만 북한은 조건 2개를 제시했다.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을 선언적으로 공신력 있게 밝힐 것,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즉 연합 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다. 2019년 깜짝 회동 직후 훈련이 진행된 경험도 부담이었다. 앞으로는 정상 간 순회 회동보다 정상적인 실무 회담을 통해 지고 올라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 미중 정상회담의 희토류·관세 조정 의미와 희토류·공급망과 관련한 파급은.

▲ 1년간 휴전이다. 희토류 수출 제한을 1년 동안 푼다, 미국은 추가 관세 100% 부과하지 않는다 정도다. 기술 문제나 대만 문제는 전혀 얘기 안 했다. 합의 직후 중국을 믿지 못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매우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휴전이다. 미국은 호주랑 일본과 협력하고 한국도 협력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중국의 희토류에 8~90% 의존한다. 중국은 20년 동안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단기간에 다변화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들어가야 한다.

― 미중 경제·물가 변수와 내년 정치 일정의 연동은.

▲ 미국은 휴일에 선물을 많이 사는데 지난해에 비해 추가 지출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있다. 불리하니까 중국과 휴전이 필요하다.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높고 기술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해 휴전 필요성이 있다.

―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위치와 선택은.

▲ 이번 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과 훨씬 더 가까이 한 발 더 갔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젠슨 황의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26만장, 미국 중심의 AI 경쟁에서 동참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미국과의 안보는 더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유연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대만 해협 변수와 동맹국 압박에 대한 인식은.

▲ 가장 심각한 안보 이슈는 대만 해협이다. 2027년 침공 시나리오가 굉장히 많이 얘기되고 있다. 미국은 어느 편으로 설 건지 입장을 밝혀라 요구한다. 한국은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일 협력의 필요 요인은.

▲ 한일 관계는 성과가 있었다. 셔틀 외교는 지뢰밭 같은 관계를 관리하는 제도화된 소통 장치다. 이미 3번이 됐고 또 간다고 하니 4번이 된다. 갈등이 있어도 지도자가 만나서 관리할 수 있다. 한일은 북한의 핵 위협, 관세 압박, 주둔 비용 특별협정, 한미일 삼각 협력 등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이 많다. 트럼프를 상대로 한일이 설득을 하거나 같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 일본 측 정치 환경에 대한 평가와 한일 관계의 한계에 대한 판단은.

▲ 총리는 우익 정치인이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여했지만 의원일 때와 총리일 때는 다르다. 한일 관계는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 수준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고의 수준으로 보지만 역사 인식, 영토, 위안부, 강제 징용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그 이상으로 발전되기는 한계가 있고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원자력 추진 잠수함 전력 소요와 4척 논의는.

▲ 4척은 최소 수준이다. 통상 3-3-3 해서 9척을 같은 종류로 운영한다. 4척이면 동해, 서해, 남해에 한 척씩 배치하고 한 척은 대비 개념이다. 장보고-Ⅲ 약 4500t급이 기본 모듈이고 원자력 소형 모듈도 상당 부분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운용 목적과 논란이 되는 지점은.

▲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디젤 잠수함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가 있다. 소나타면 충분한데 람보르기니를 타겠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인도 태평양이나 남중국해로 나가면 중국 견제용 성격이 커질 수 있다.

―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과제는.

▲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을 훨씬 더 동조화해야 한다. 엔드 구상과 비핵화 3단계론을 그냥 얘기해서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미북 간 협상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공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

― 이번 APEC 이후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는.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관세 협정을 어떻게 잘 조정해 나가느냐, 한중의 민감한 부분, 북한 문제 등 디테일이 중요하다. 민감한 부분은 지나쳤는데 분명히 부딪히는 날이 올 것이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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