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에서 봉사활동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관례적인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봉사활동을 했다. 정 대표 측은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처리 및 3대 특검법 개정안 통과 등 내란청산과 2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통한 코스피 상승을 성과로 내세웠다. 당내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후속입법 주도권과 재판중지법 추진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내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세력의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일정 등을 소화했다. 그는 “취임 100일이지만 99일이든 100일이든 101일이든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며 “오늘은 말보다 일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대표 취임 100일 정리’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개혁에 더해 내란청산이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받은 최초의 정부”라며 “정 대표 취임 이후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해 왔듯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정 대표 취임 100일 성과로 국정감사를 통한 윤석열 정권 3년 실정 규명 등 내란청산, 대법관 증원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 3대 개혁, 3차 상법 개정안 추진과 노란봉투법 개정 등 민생경제 회복, 지방선거 100% 당원 중심 경선 추진 등 당원주권시대를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또한 “흔들림 없는 당정 원팀 : 고위당정협의회, 실무당정협의 등 긴밀한 소통 구축”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뒷받침”했다고 남겼다.
박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정 대표 취임 후 당정 간 이음이 계속됐다. 검찰개혁 후속입법을 위한 범정부검찰개혁추진단 발표 방식을 두고 지난 9월7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 대표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연관된 재판중지법 논의를 띄웠다가 하루 만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과 조율 등 리더십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여당이 지난 9월 11일 3대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2일 정 대표와 상의없이 한·일정상회담이 예정됐던 9월30일에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 안건을 처리했다. 우 수석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통령도 민주당의 개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거친 측면을 걱정하신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정 대표는 당정 엇박자를 두고 전략적 행보의 일환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최근 당내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대표가 대통령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을 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조국혁신당의 확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기간 “싸움은 내가 할 테니 이 대통령은 일만 하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 방식이 민심에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A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층을 겨냥한 실용 노선으로 국가 운영을 잘해가고 있는데, 당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강성 당원들에서도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 대표가 대통령을 뒷받침하기보다 대표 연임 등 자신의 정치 행보를 우선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 등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 거나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 시기보다 당의 언로나 소통 구조가 더 막힌 느낌”이라고 말했다. C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 내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당대표가 이를 조율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며 “(당정 간 엇박자 논란에는) 당대표를 제외한 지도부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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