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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의붓손녀 성폭행, 아이 둘 낳게 한 50대…"합의했다" 변명도 [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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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의붓손녀 성폭행, 아이 둘 낳게 한 50대…"합의했다" 변명도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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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인 2017년 11월 10일. 동거녀의 친손녀를 초등학생 때부터 6년간 성폭행해 아이 2명을 출산하게 한 김모씨(당시 53세)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7년 전인 2017년 11월 10일. 동거녀의 친손녀를 초등학생 때부터 6년간 성폭행해 아이 2명을 출산하게 한 김모씨(당시 53세)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선뜻 믿기지가 않습니다."

2017년 11월10일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6년간 동거녀의 친손녀를 성폭행해 두차례 임신·출산시킨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를 향해 항소심 재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받은 김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는 5년을 더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석에서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선고 내용을 듣던 김씨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일주일 두번씩, 6년간 성폭행

김씨는 2011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동거녀의 친손녀 A양(17)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JTBC '뉴스현장' 캡처

김씨는 2011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동거녀의 친손녀 A양(17)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JTBC '뉴스현장' 캡처


김씨는 2011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동거녀의 친손녀 A양(17)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2년 동거녀가 집에 없는 틈에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여버린다"며 당시 12세였던 A양을 협박해 성폭행했다. 이후 2017년 1월까지 자택과 차량 등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A양을 반복적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잦은 성폭행으로 인해 2015년 임신하게 됐고, 그해 9월 집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는 당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가위로 탯줄을 자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차례 임신과 출산에도 성폭행은 이어졌다.

김씨는 출산 한 달도 안 된 그해 10월 A양을 재차 성폭행했고, 잇단 성폭행으로 둘째까지 임신하게 된 A양은 출산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둘째 아들을 낳았다.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당시 만 15~16세였던 A양은 학교까지 그만둬야 했다.

김씨가 할머니를 때릴까 두려웠던 A양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함구했다. 할머니의 추궁에도 A양은 "길거리에서 성폭행당했다"고 하거나 "남자친구와 성관계했다"고 얼버무렸다.


뒤늦게 집을 나온 A양은 할머니에게 그동안 일을 알렸고, 할머니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일주일에 1~2번 성폭행을 당했다. 너무 많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진술했다. 다만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 A양 임신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형사부 부장검사가 직접 김씨를 기소했다.


판사 "범행 믿기지 않아" 울먹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10월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른 성폭력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불량하다.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자신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성적 욕구 만족의 수단으로 이용했고, 자신의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산후조리를 채 마치지 못한 피해자를 또다시 성폭행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5년을 더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 강승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사실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원심의 형인 징역 20년은 다소 가볍다"며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경제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의 성적 욕구 만족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라는 한편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미성년자인데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고, 위 같은 경위로 태어난 두 아이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 부장판사는 김씨가 A양에게 행한 범행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자를 충분히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수초간 침묵한 뒤 목을 가다듬고는 "피고인의 범행은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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