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란 사회부 기자 |
2009년 10월 개통한 인천대교엔 항상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21.38㎞의 교량 중 12㎞가 바다 위를 지나서다. 바다를 가르는 듯한 경관과 그 앞에 펼쳐지는 인천의 전경에 이용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인천대교는 개통과 동시에 인천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런 인천대교에 반갑지 않은 오명(汚名)이 붙었다. 바로 ‘자살 대교’다. 2009년 개통 직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89명이 투신해 이 중 67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특히 올해만 15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인천대교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시민 수(3명)보다 월등하게 많다.
교량 투신사고는 인천대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강 다리의 경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1000여건의 투신 사고가 났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한강 투신 사고(1272건) 중 352건이 마포대교에서 발생했다. 오죽하면 ‘마포대교 가는 손님과 생각이 많아진 택시 기사님’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이 화제가 됐을까.
인천대교가 투신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한 드럼통들. 하지만 교통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지난 8월 철거됐다. [연합뉴스] |
투신 사고에 지자체 등 관련 기관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인천대교 운영사는 2022년 11월 교량 갓길에 4000만원을 들여 차량 주정차를 막기 위한 플라스틱 드럼통 1500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갓길 기능이 상실돼 교통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면서 지난 8월 철거해야 했다. 드럼통을 없애자 지난 9월에만 4건의 투신사고가 났다. “난간 높이가 1.5m에 불과해 사고 방지가 힘들다”는 지적에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인천대교 등에 투신방지 시설·시스템이 구축할 예정이다. 국비 80억원을 투입해 주탑을 중심으로 한 양방향 7~8㎞ 구간에 2.5m 높이의 안전 난간을 설치하겠다는 거다.
서울시도 투신 방지 위해 마포대교 안전난간을 2.5m로 높게 설치했다. 맨 위엔 회전하는 봉이 2개 달려서 투신 시도자가 난간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마포대교 외에도 한강·잠실·양화·한남대교 등 5곳에 설치됐는데 다른 다리에도 확대 설치한다고 한다.
지난해 국내 사망 원인 통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1만4872명. 10대·20대·30대·40대에선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자살을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경쟁 등에 몰리면서 발생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외로움국’을 운영한다. 서울시도 복지실 산하에 ‘돌봄고독정책관(3급)’을 만들었다. 지자체가 나서서 사회적 고립·외로움 확산 등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외로움국과 돌봄고독정책관 운영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을 위한 안전난간이 되길 빈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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