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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주도 검사의 흑역사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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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주도 검사의 흑역사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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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성 | 논설위원



대장동 개발업자들에 대한 대검의 항소 포기 결정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익숙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는 왜 항의 사표를 낸 검사가 한명도 없었을까. 이번 대장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수사팀은 항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 심 총장의 결단으로 항고를 포기했다. 그런데도 몇몇이 소극적인 의견을 밝히는 데 그쳤을 뿐, 지금처럼 조직적인 반발은 없었다. 검사들이 내란 우두머리의 불법적인 석방은 참아도 대장동 개발업자들에 대한 항소 포기는 참지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항소 포기에 대한 반발을 주도하는 인물은 대장동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한 ‘이재명 죽이기’에 앞장섰던 강백신 검사다. 강백신이 누구인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석방 직전 24시간에 걸쳐 밀실 면담을 하면서 조서도 남기지 않고, 증거 및 증언 조작과 핵심 혐의 기소 누락 등의 방법으로 모해위증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팀의 책임자였던 검사 아닌가. 검찰청 해체와 수사권 박탈이 예정된 상황에서 검찰 조직의 불만을 등에 업고, 모해위증 수사를 피해보려는 의도가 충분해 보인다.



검찰에 적극 협조했던 핵심 피고인들이 검찰의 조작 수사와 모해위증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수사팀의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1심 재판에 나와 “검사가 배를 가르겠다”고 협박해서 진술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폭로했고, 수사 초기부터 각종 자료를 제출하며 검찰에 협조했던 정영학 회계사는 검찰이 배임 혐의의 핵심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소 이후 바뀐 유동규의 진술과 정영학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남욱과 정민용(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의 진술을 엮어 만든 검찰의 공소장이 기초부터 무너지고 있다. 특검 수사 등을 통해 검찰의 조작 사실이 드러난다면 공소 자체가 기각될 수도 있다.



검찰이 설계했던 진술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는 피고인은 유동규 한명뿐이다. 유동규는 평소 업자들에게 자신의 형량을 ‘징역 3년’으로 맞춰주기로 검찰과 협의를 끝냈다고 자랑했다는데, 이번 1심 재판에서 검찰 구형보다도 높은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충격에 빠져 있다고 한다. 유동규 역시 언제 진술을 바꿀지 모른다. 수사팀이 항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혹시 유동규 때문 아닌지 의심이 든다. 강백신 검사 등은 마치 검찰의 항소가 의무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1심 판결 결과, 피고인 5명이 전원 법정구속됐고, 유동규 외에 정민용도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애초 엘에이치(LH) 주도로 계획된 공공개발이었는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성남시의회 주도로 엘에이치를 철수시켜 100% 민간개발로 바뀌었다가,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뒤 민관 공동개발로 다시 바뀐 것이다. 100% 민간개발로 그대로 진행했다면 업자들이 모든 이익을 독차지했을 텐데, 이재명 시장의 노력으로 약 5천억원대의 공원과 터널을 공공 몫으로 환수했다. 이 때문에 업자들은 이재명이 공산당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개발업자들이 거둔 엄청난 이익은 박근혜 정부 내내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점차 회복돼 문재인 정부 초기에 급등한 덕분이었다. 성남시가 애초에 공원만을 공공 몫으로 요구했다가 터널을 추가로 요구했던 이유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이익 증가가 배경이었다. 부패 범죄가 있었다고 해서 이익 전체가 범죄수익이라는 검찰의 논리는 과도한 억지다.



그런데도 검찰은 민간 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도록 사업을 설계했다며 배임 혐의로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가운데 검찰 고위층 출신에 대해선 박영수 특검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은 편파적인 수사와 기소였다. 애초 대장동 수사는 돈을 주고받은 물증이 있는 자들만 처벌하면 끝나는 사안이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이재명 대통령을 엮으려고 진술에 의존한 수사를 벌이다 여기까지 왔다.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이 관계된 사건인데 굳이 항소를 포기해서 의심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데, 정치적 사안에서 흔히 보이는 사고의 오류에 해당한다. 검찰이 먼저 이재명이라는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를 벌여서 생긴 일 아닌가. 정의의 문제를 정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나쁜 습관이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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