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사진 출처=유튜브 ‘매경 자이앤트’ 영상 갈무리] |
한국 대표가치투자자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의 조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의 조언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한 때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코스피 급등세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구조적인 변화와 제도적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앞으로의 과제가 해결될 경우 코스피 5000 시대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코스피 4000 돌파…구조적 변화와 리레이팅이 만들어냈다”
이 의장은 코스피 4000선 돌파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코리아 리레이팅(재평가) 장세’와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결합된 복합적인 모양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시장 흐름을 되짚으며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의 정부 공백기를 거치면서 한국 증시가 극도로 저평가됐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리레이팅이 반영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700~2800까지 상승했고, 이후 상법 개정안 통과와 정부의 자본시장 전책 반영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와 반도체 상승 사이클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약진하며 4000선을 거뜬히 돌파했다”고 덧붙였습니다.과거 한국 증시는 경기에 민감한, 이른바 시클리컬 산업 중심의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반도체 대형주들을 필두로 바이오, 방산, 배터리 등 성장 기업들로 증시가 재편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됐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가 ‘총 주주’로 확대되면서 거버넌스 문제도 개선의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이 의장은 현재 남아있는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 특히 배당 관련 세금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부가 배당성향 35% 이상 기업에 대해 대주주 배당 소득의 최고 세율을 27.5%로 제한해 분리과세하겠다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이 정책이 시행되면 배당 관련 이해관계 불일치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이는 코스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코스피지수[사진 출처=네이버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려면?
이 의장은 한국 증시의 현재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이머징마켓 평균(PBR 1.8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여전히 잠재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모든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고 기업 실적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코스피는 4500에서 5000까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다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완성과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봤습니다. 제도적으로는 향후 발행될 모든 자사주에 대해 자동 소각을 법제화하는 3차 상법 개정과,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100% 의무 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기업들의 거버넌스 개선이 제도 개선 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기업인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하면서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전문적으로 구성해서 지배 주주를 견제하고 모든 주주에 대해서 충실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배당 보다 주가 상승에 더 효과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의장은 중복 상장 문제를 해소하고 꾸준한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사례를 모범적인 선례로 꼽았습니다.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는 상장사였던 메리츠화제와 메리츠증권을 자회사로 100% 합병한다고 밝혔고, 지주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원칙 하에 매년 꾸준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사진 출처=유튜브 ‘매경 자이앤트’ 영상 갈무리] |
현 장세 어떻게 대응할까?
이 의장은 현 장세와 같은 상황에선 성급한 추격 매수를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 또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들, 즉 가치주로 분류되는 곳들도 현 장세에선 소외받기 쉽다고 진단합니다.그는 “성장주 랠리가 끝나면서 가치주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 한 템포 늦춰서 서서히 시장을 좀 보다가 진입 시기를 잘 가늠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장기로 투자해야 시장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 투자 관점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향후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의 세제 혜택이 예상되는 배당주부터 소액 투자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세대 가치투자자인 이 의장은 일시적인 실적 악화, 수급, 시장의 유행 등 펀더멘탈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저평가될 때만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 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좌초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며, 종목 발굴 시에는 정량적 기준을 넘어 정성적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시장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라고 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 즉,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100%인 기업보다 다양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게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수 소비재처럼 제품 수명이 길고 시장 변화에 덜 민감한 산업, 그리고 경영자의 거버넌스 개선 의지와 투명성이 확보된 곳들에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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