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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가연합, 극우 인터뷰 옹호로 분열…헤리티지 재단 수장 태도 논란

파이낸셜뉴스 송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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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가연합, 극우 인터뷰 옹호로 분열…헤리티지 재단 수장 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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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코첼라에서 마가 모자를 쓰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코첼라에서 마가 모자를 쓰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 ‘레임덕’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 내부의 분열도 심화하고 있다.

미 보수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수장인 케빈 로버츠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극우 청년과 인터뷰를 해 논란을 일으킨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터커 칼슨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수의 두뇌를 책임지는 이답게 이런 논란과 거리를 두기를 원했던 온건파들이 반발하면서 마가 진영이 분열을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시작은 대학 총장 출신인 헤리티지 재단 회장 로버츠가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짤막한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에서 로버츠는 칼슨의 인터뷰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칼슨은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강간을 묵인한 27세의 극우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와 인터뷰로 중도 보수파를 분노하게 했다.

로버츠는 푸엔테스 같은 극우 인사가 주류 보수파 미디어에서 노출되도록 한 칼슨을 옹호함으로써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칼슨이 진행한 푸엔테스와 인터뷰 영상은 2300만회 이상 조회됐고,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로버츠는 칼슨을 옹호하면서 칼슨은 헤리티지 재단의 “가까운 친구로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독이 든 연합(venomous coalition)이 그를 공격하는 것이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칼슨 비판론자들을 비난했다.

로버츠의 ‘독이 든 연합’ 발언은 유대인 혐오 반대 운동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독이 든 연합’이라는 표현은 유럽의 반유대주의 역사에서 유럽인들이 유대인들을 사회 악으로 규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특히 반발이 심하다.


유럽인들은 당시 유대인들을 ‘독’ ‘기생충’ ‘오염원’ 등으로 비유했고, 이들이 비밀 결사로 사회를 통제하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려 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믿었다. 이런 반유대주의 음모론이 바로 ‘독이 든 연합’인 것이다.

특히 칼슨이 푸엔테스와 인터뷰한 것에 대해 많은 유대인 인사들과 단체들이 비판을 해왔던 터라 로버츠의 이 말은 결국 이들 유대인 인사와 단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로버츠는 논란이 커지자 ‘독이 든 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사과했지만 마가 내부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는 태생부터 분열의 씨앗을 품고 있었고, 이번에 그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것뿐이기 때문이다.

마가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이들과 융합하기 어려운 극단적 인물들이 들어오면서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로버츠의 발언으로 불거진 마가 내부의 분열은 결국 전통 보수파가 젊고, 온라인에 경도된 극단주의 세력과 갈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와 마가 진영 분열은 이제 재집권 1년도 채 안 된 트럼프의 레임덕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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