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관세협상 달라진 與 “국회 동의 받아야 → 대상 아니다” [이런정치]

헤럴드경제 김진
원문보기

관세협상 달라진 與 “국회 동의 받아야 → 대상 아니다” [이런정치]

서울맑음 / 2.3 °
정부 기조 맞춰 ‘대미투자 특별법’ 추진
野 ‘말 바꾸기’ 비판…진보당도 “부적절”
與 주도 특별법 대응방안 고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미 관세협상 결과의 ‘국회 비준 동의’ 문제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법적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라며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란 입장인 반면, 야당은 정부의 ‘말 바꾸기’를 집중 비판하며 국회 동의를 구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국회 비준 동의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경북 경주에서 개최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던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본격화했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던 정부·여당의 입장이 약 보름 만에 달라지면서다.

보름 만에 달라진 정부…與도 입장 선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13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진성준 의원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대로 국회 비준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했고, 안도걸 의원은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민과 국가의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오기형 의원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도 이것(외환보유고 투자)을 못 한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당시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등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종합감사에서 “MOU는 비구속성 문서로서 국회 비준 대상은 아니다”라며 달라진 기류를 드러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말이 바뀌었다. 국회엔 보고만 하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국민의힘 국회 외교통일위 의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후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MOU 형식으로 최종 결론(11월6일)”이라고 돌아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미투자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관세 협상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양해각서로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은 아니다(한정애 정책위의장, 11월7일)”라고 못박았다.

장동혁 대표(가운데) 등 국민의힘 지도부 [연합]

장동혁 대표(가운데) 등 국민의힘 지도부 [연합]



“이제 와 말 바꾸냐”…與 주도 특별법 대응 고심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합의문 공개가 먼저(장동혁 대표)”, “헌법 60조 1항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송언석 원내대표)” 등 비판이 쏟아졌다. 대미투자 특별법의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7일 “민주당 의원들의 계속된 질의에 구 부총리는 모두 공감한다면서 ‘국민과 국회에 소상히 보고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바 있다”며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입니까”라고 지적했다.


범여 정당으로 분류되는 진보당의 손솔 수석대변인도 6일 논평에서 “(특별법은) 부적절한 접근”이라며 “정부·여당은 한미 관세 합의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 비준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의 입장 변화에는 다양한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이상인 민주당 의석만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지만, 야당이 반대할 경우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얻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교체 시 합의 이행 문제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3500억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합의한 이번 관세협상 내용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심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대미투자 특별법이 민주당 주도로 일방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 발의’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야당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말 발간한 ‘2026년도 예산 분석’ 보고서에서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초래할 부담을 감안해 국회 비준 동의 검토,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 및 한·미 조선, 방산 협력 사업 구체화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