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3년 12월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분식을 먹었던 가게에 ‘이재용 회장님 서계시던 자리’라고 소개가 돼 있는 모습. [SNS] |
최근 재계 총수들이 찾은 식당이 잇따라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이 함께 들른 깐부치킨에서부터 재벌가 단골로 꼽히는 곰탕, 파스타집까지재벌가의 ‘맛집’이 대중에게 ‘체험의 공간’이자 ‘소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젠슨 황-이재용 ‘깐부치킨 회동’…“그 자리에 앉고 싶어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왼쪽 세번째)가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첫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
지난 10월 말, 젠슨 황과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은 서울 강남의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약 70분간 회동했다. 치킨과 맥주 메뉴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치맥 회동’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SNS에는 “젠슨 황이 앉았던 자리에서 먹었다”는 인증샷이 쏟아졌고, 이들의 성공과 부자 기운을 받고 싶다며 몰려든 손님들은 이른바 ‘젠슨 황 세트’를 주문해 ‘재벌 식사 체험’을 즐겼다.
깐부치킨은 이들 세명이 먹은 제품을 아예 정식 세트메뉴로 출시했는데, 소개 문구로 “회장님 입맛 그대로의 조합”이라고 썼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23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 등이 부산 깡통시장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함께 먹은 장면이 공개되자, 해당 가게는 단숨에 ‘재벌 시장 맛집’, ‘대한민국 VIP들의 어묵가게’로 부상했다.
특히 이 회장이 뜨거운 어묵 국물을 마시며 “아 좋다” “사장님, 저는 어묵 국물 좀 주세요” 등 맛있게 먹는 모습은 대중적 밈으로까지 번졌다.
곰탕·파스타·콩국수 등…“총수들이 즐긴 한 끼 따라잡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주회관. |
재계 단골집은 종종 세대를 넘어 인기를 끈다. 1939년 문을 연 명동의 한우 곰탕집 ‘하동관’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꼭 들를 정도로 단골임이 알려지자 ‘재벌의 속풀이집’이란 별칭이 붙여지기끼지 했다. 이 곳에는 여전히 정·재계 인사들이 이른 아침 진한 국물 한 그릇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라 칸티나(La Cantina)’는 우리나라 처음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보다 더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이 즐겨찾으면서다.
이 창업회장의 단골집이었던 이 곳엔 비공식 메뉴인 ‘삼성세트’가 있다. 양파수프에 마늘빵, 링귀니 라칸티나, 스테이크, 샐러드 등이 나오는 클랙식한 세트 메뉴다. 그러나 이 히든 메뉴는 여전히 ‘삼성의 미식 문화’를 상징하며 인기가 높다.
[‘MBN 전현무계획2’ 방송 캡처] |
서울 시청 근처에 위치한 진주회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여름마다 콩국수를 먹기 위해 찾은 식당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인 이재용 회장도 진주회관의 ‘포장 단골’로 알려져 있다.
미식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생 닭곰탕’이라고 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식당은 점심시간 늘 만석을 이룰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인다.
요식업계에서는 유명 인사가 방문한 식당들은 그들의 방문 자체로 식당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재벌 총수들이 방문한 식당에는 식사 한끼를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잠시나마 체험한다는 만족감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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