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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지드래곤, 그리고 영원한 사랑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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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지드래곤, 그리고 영원한 사랑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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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의장 "인플레·노동 우려에 전원 동의…금리인상 주장은 없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 이재명-윤석열 희비
젠슨 황-이재용-정의선은 치킨 먹방도
윤, 김건희 ‘여사’ 요구 호통…웃픈 사랑



올가을엔 외국 거물들이 유난히 많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치맥 모임을 가졌다.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만남이었던 만큼 숱한 화제와 뒷이야기를 남겼는데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흐뭇한 이벤트로 마무리되었다.



경북 경주에서는 제33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세계 정상들이 참석했다. 회의의 결론인 ‘경주선언’에 다자무역체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빠진 것이 아쉽다. 경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만남의 주인공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고차방정식처럼 풀기 어려워 보였던 관세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물론 모든 문제의 시작이 트럼프 대통령이 난데없이 터뜨린 관세 폭탄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협상이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강대국과의 관계에서는 정의나 논리보다 계산과 실리가 우선되어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을.





마성의 치킨(장미여관)



https://youtu.be/tDCeuGWkMY4?si=7fv1F6fvVd-42s6q





젠슨 황은 그야말로 치킨에 진심이었다. 직접 접시를 들고 나르고,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뜯어 먹고, 맥주도 야무지게 곁들여가면서, “소 딜리셔스(So Delicious)!”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에 배달 주문이 쇄도하면서 본점 같은 경우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임시 휴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뿐인가. 교촌과 하림의 주가까지 훨훨 날았다. 닭은 날 수 없지만 닭 회사는 날 수 있다!



오늘 큐시트의 첫 곡은 장미여관이 부른 ‘마성의 치킨'. 이 노래에 정식 뮤비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 그룹이 해체되어 뒤늦게 뮤비를 만들어 붙일 일도 없을 테다. 다이어트 중인 분들은 청취 금지!





삐딱하게(지드래곤)



https://youtu.be/RKhsHGfrFmY?si=_1YxdCMRFC4SsJdB





아펙 행사장에서 가장 화려한 존재감을 뽐냈던 인물은 지드래곤이었다. 홍보대사로 활동했기에 그의 축하공연은 예상되었던 바. 그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 앞에서 ‘드라마', ‘파워', ‘홈 스위트 홈' 세 곡을 불렀다. 화려하기로 유명한 지드래곤 공연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축소판이었으나, 참석자들은 그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기 바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멕시코 경제장관은 직접 소셜미디어(SNS)에 공연 영상을 올려 공유했고, 자기 나라에 공연을 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날 공연에서는 빠졌지만, 지디의 노래 ‘삐딱하게'를 오늘 큐시트에 담아본다. 내가 꼽는 가장 지드래곤다운 노래이기도 하고,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제목이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쿠데타!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지드래곤을 보면서, 어이없는 친위 쿠데타 실패로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린 누군가가 떠올랐다.





엔드리스 러브(Endless Love, 라이어널 리치 & 다이애나 로스)



https://youtu.be/UsqDoz2Co4o?si=QT3hA6_GaeinUKLB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해외 정상들 맞이에 바빴던 그 시기, 희대의 바보짓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그 모든 행사의 주인공이었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받느라 바빴다. 특히 10월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이 나왔다. 김건희와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던 특검이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가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이 우려한다는 취지의 말을 증인에게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발끈하며 말했다.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이름 뒤에 여사(라는 호칭을)를 붙이든 해야지.”



윤 전 대통령은 대체 왜 계엄을 선포했을까? 근 1년 동안 그 비이성의 영역에 대해 수많은 해석이 시도되었다. 꽤 복합적인 이유가 엉켜 있을 텐데, 나는 아내 김건희의 숱한 죄들이 밝혀지는 상황에서 그녀를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쯤은 그가 그 눈먼 사랑에서 헤어났을 줄 알았다. 문자 그대로 나라를 말아먹을 작정으로 저지른 김건희의 대담한 악행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그걸 다 알게 되었으니, 계엄마저 불사한 엄청난 사랑도 원망과 증오로 바뀌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오판이었다. 훗날 사형 선고를 받을지도 모르는 엄숙한 법정에서 고작 호칭 문제로 특검을 꾸짖는 그의 모습을 보니, 고작 빨래 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는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오늘 큐시트의 마지막 곡이다. 라이어널 리치와 다이애나 로스가 부른 ‘엔드리스 러브’(Endless Love).



에스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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