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피겨 천재' 유영이 돌아왔다. 클린 연기를 해낸 그는 최지은 코치를 껴안으면서 눈을 감았다. 울컥하는 표정이었다. 이후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고는, 1년 반 넘게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밝게 웃었다.
유영은 7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NHK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66점, 예술점수(PCS) 30.00점을 얻어 합계 67.66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77.05점), 2위는 카자흐스탄의 소피아 사모델키타(67.75점)에게 돌아갔다. 사카모토와는 거의 10점 가까이 차이가 났지만 사모델키타와는 0.09점 차에 불과하다. 8일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따라 입상이 가능하게 됐다.
흠 잡을 곳 없는 클린 연기였다. 쇼트프로그램 주제곡인 빌리 에스테반의 '모자이크'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유영은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10)에서 수행점수(GOE) 1.26점을 받으며 기분 좋게 연기를 시작했다.
이어지는 더블 악셀(기본점수 3.30)에서 GOE 0.75를 추가한 뒤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마치면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가산점 10%가 주어지는 후반부에서 트리플 플립 단독 점프(기본점수 5.83)을 깔끔하게 뛴 유영은 레이백 스핀(레벨 4), 스텝 시퀀스(레벨 3),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을 무난하게 해내고 연기를 마쳤다.
유영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링크를 빠져나갔다. 최 코치가 자신을 반기자 와락 끌어안았다.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 여자 피겨의 미래로 불렸던 스케이터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에 금쪽 같은 시간을 날리고 마음고생만 하다가 이제서야 제 기량을 찾았다.
유영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동료 선수 이해인과 음주한 사실이 발각돼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더해 빙상연맹은 두 선수를 조사하던 중 음주 외에도 성추문 사건을 확인했다며 유영에게 1년 자격 정지, 이해인에게 3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둘은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해인은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인용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에 따라 선수 자격을 일시적으로 회복한 이해인은 선수로 복귀해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했고 지난해 3월 미국 보스턴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유영 역시 지난 3월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 판결을 받았다.
결국 빙상연맹은 올 초 선수 출신 이수경 신임 회장 취임 뒤 조정을 통해 둘에게 내린 징계를 무효화했다.
유영은 명예를 되찾은 뒤 법률 대리인을 통해 "쉽지 않은 시간 동안 묵묵히 응원해준 팬 여러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말했지만 엉뚱한 징계로 인한 경기력 회복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프랑스 앙제에서 열린 1차 대회를 통해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복귀했으나 9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에도 컨디션을 유지하며 4차 대회를 준비한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깔끔한 연기를 해내며 웃었다.
유영은 지난 2019년 10월 시니어 그랑프리 캐나다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역사를 갖고 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선 5위를 차지해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올림픽 최고 순위를 일궈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