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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두드려 차 만들었죠"…세계 1위 완성차 '토요타'의 시작

이데일리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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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두드려 차 만들었죠"…세계 1위 완성차 '토요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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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토요타 탄생 히스토리 담긴 기념관
'기술혁신과 산업 발전이 미래를 만든다' 신념
자동방직기 특허 팔아 자동차 산업 자금 마련
아키오 회장 토요타의 정신 '모노즈쿠리' 강조
[나고야=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토요타자동차그룹은 5년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1위를 지킬 만큼 단단하다. 그 중심에는 단순히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보수적 경영방식의 틀을 깨뜨리며 ‘토요타자동차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 1위에 올린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있다. 토요타그룹과 아키오 회장을 성장시킨 DNA는 도요타 가문이 4대째 지켜온 ‘모노즈쿠리(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인정신과 제조 문화)’ 정신이다.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재팬 모빌리티 쇼’ 프레스데이에서 센추리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토요타)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재팬 모빌리티 쇼’ 프레스데이에서 센추리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말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최고급 내수용 모델 ‘센추리’를 그룹 내 다섯 번째 독립 브랜드로 승격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에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자동차 산업이 있고, 이 나라를 지탱해 온 모노즈쿠리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요타 차량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모델이 독립 브랜드로 새출발 하는 자리에서 아키오 회장이 ‘모조즈쿠리’를 언급한 이유와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알아 보기 위해 7일 오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니시구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찾았다. 연간 140만여 명이 방문하는 나고야의 명소 이곳은 이날도 개장 시간 전부터 붐볐다. 견학을 온 일본 초등학생부터 외국인들까지 관람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기념관은 겉으로 볼 땐 전혀 화려하지 않았지만, 내부엔 100여 년 간 전해져온 토요타그룹 만의 산업기술 저력이 압축돼 있었다. 오호라 카즈히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관장은 “이곳은 자동화 방직기 발명가이자 도요타 그룹의 기초가 된 도요다 자동직기를 설립한 ‘도요다 사키치’ 시절(아키오 회장의 증조부)부터 연도별 토요타자동차의 역사와 제조 기술이 모두 담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요다 사키치가 1924년에 발명한 ‘G형-자동직기’는 종합적 성능과 경제성에서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으며 각국의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사키치의 아들인 토요다 키이치로가 영국의 플랫 브라더스에 G형-자동직기 특허권을 매각한 자금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이윤화 기자)

도요다 사키치가 1924년에 발명한 ‘G형-자동직기’는 종합적 성능과 경제성에서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으며 각국의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사키치의 아들인 토요다 키이치로가 영국의 플랫 브라더스에 G형-자동직기 특허권을 매각한 자금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이윤화 기자)


기념관은 크게 섬유 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노즈쿠리 정신으로 탄생한 방직기가 현재 토요타를 있게 만든 뿌리란 점이다. 섬유기계관 전시실은 실을 뽑고 짜는 초기의 도구부터 기계뿐만 아니라 방적기와 직기 기술의 발전 과정, 현대의 메커트로닉스 장치의 섬유기계까지 약 100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키치가 1924년 발명한 ‘G형-자동직기’는 혁신적인 기술 특허를 통해 토요타그룹이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줬다.

기념관 안내를 담당한 엔지니어 출신 오츠보 다카시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도요다 키이치로는 아버지가 발명한 G형-자동직기의 특허를 영국 회사 ‘플랫(Platt)’에 판매하기 위해 떠난 출장길에서 쉐보레와 포드로 대표되는 자동차 시대의 변화를 깨달았다”면서 “방직기 특허 판매 자금으로 당시 100만엔(현재 한화 300억원)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자동차가 1936년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한 ‘AA형 승용차’ 복각 모형 앞에서 일본 초등학생들이 모여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토요타자동차가 1936년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한 ‘AA형 승용차’ 복각 모형 앞에서 일본 초등학생들이 모여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자동차관에는 매년 1000만 대를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되기까지의 일화가 담겼다. 다카시 어드바이저의 설명에 따르면 1933년 토요다방직 내부에 자동차 부서로 시작한 토요타자동차는 1936년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한 ‘AA형 승용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고난을 겪었다. 1930년대 철이 귀했던 탓에 자동차의 판금과 프레스, 엔진까지 모든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일본산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키이치로와 엔지니어들은 모래로 만든 틀로 엔진을 만들고, 나무로 만든 틀에 철을 직접 두드려 판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1935년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했다. 이것이 AA형 승용차의 출발이었다.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에 전시된 자동차 개발 초창기를 재현한 장소. 당시 철이 귀해서 금형 설계를 하지 못했고 나무 틀에 철을 입혀 두들기며 모양을 만들었다. (사진=이윤화 기자)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에 전시된 자동차 개발 초창기를 재현한 장소. 당시 철이 귀해서 금형 설계를 하지 못했고 나무 틀에 철을 입혀 두들기며 모양을 만들었다. (사진=이윤화 기자)


카이치로는 도요타자동차공업 설립(1937년) 이후 1년 만에 월간 2000대 생산 규모의 승용차용 생산 공장 ‘코로모 공장(Koromo Plant)’을 시작으로 토요타의 성장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내 경쟁사들은 월간 500여 대를 겨우 생산하던 때다. 아키오 회장이 단일 브랜드로 격상시킨 최고급 차량 센추리의 역사는 그로부터 30여년 이후 시작됐다. 1960년대 당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토요타가 ‘전통도 명성도 없다’고 저평가 받던 시절, ‘재팬 프라이드’라는 자존심을 만들어내겠다는 일념으로 개발을 시작해 만들어낸 명작이다.

다카시 어드바이저는 “AA형 승용차부터 현재 모터스포츠 랠리를 달리는 GR컴퍼니의 스포츠카까지 토요타자동차의 탄생과 발전 역사에는 모노즈쿠리 정신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