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전광판에 가격정보가 표시돼 있다. 경향신문DB |
‘코인 개미’가 동요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등 가상자산 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주식, 금보다 수익률이 낮았고 지난달부턴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서학개미에게 인기가 높은 가상자산 관련주도 무더기 급락하고 있다. ‘가상자산 4년주기’에 따라 ‘가상자산 겨울(크립토 윈터)’이 시작됐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가상자산 시황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한국시간) 비트코인은 지난 한달간 17.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28.14%), XRP(리플, -22.12%), 솔라나(-31.8%) 등 주요 알트코인의 낙폭은 20%가 넘는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인 비트마인(-30.97%)을 비롯해 써클(-24.88%), 스트래티지(-20.38%) 등은 한달 간 20% 넘게 하락했다. 공격적인 서학개미에 인기를 끌었던 비트마인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한달간 손실만 50%가 넘는다.
가상자산의 최근 급락세는 주식시장에서 불거진 AI 거품론과 미국 금리인하 지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은 하락하더라도 금새 회복했으나 가상자산은 주식보다도 대외 악재에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짙다. 또한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청산’으로 시장 불신도 커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해킹을 당하면서 1억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유출된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그렇다보니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더 취약해졌다. 가상자산 대규모 청산사태 직후인 지난달 13일 이후 지난 5일까지 이들 ETF에서 28억달러(4조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스트래티지(비트코인 매입), 비트마인(이더리움 매입) 등 가상자산 비축·매집으로 수익을 얻는 ‘디지털자산 재무회사(DAT)’가 가상자산의 ‘큰 손’이었지만 가격 추락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매입에 나서기도 어려워졌다.
부진이 계속되자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선 ‘4년 주기상 ‘크립토 윈터’가 시작됐다’,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가상자산은 통상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의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패턴상 반감기 이듬해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 2년간 ‘크립토 윈터’로 불리는 하락사이클이 찾아왔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7일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코인개미 사이에선 ‘올해 코인 대신 주식을 했었어야 했다’는 후회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올해 10.49%, 이더리움은 1.67%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코스피(67.8%), 코스닥(32.44%), 국제 금 선물(51.2%)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선 아직 추세적 하락장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아직까진 ‘크립토윈터’로 부를 정도는 아니다”며 “산타랠리의 가능성은 남아있고 알트코인의 현물 ETF가 반등의 재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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