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가슴이 뛴다” 맘다니 예찬 일색
‘비행기 뉴욕 경유’ 사실까지 공개해가며 축하
좌파 계열도 “응원하는 마음, 공부할 것”
美민주 내에서도 親팔레스타인 이력 등 논란
임대료 동결·무상 교통 공약 지속 가능성도 의문
‘비행기 뉴욕 경유’ 사실까지 공개해가며 축하
좌파 계열도 “응원하는 마음, 공부할 것”
美민주 내에서도 親팔레스타인 이력 등 논란
임대료 동결·무상 교통 공약 지속 가능성도 의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 /AFP 연합뉴스 |
1991년생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가 세계 자본주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의 시장에 당선된 가운데, 여권(與圈)에서 ‘맘다니 예찬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천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시민이 주도하는 변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 “서울도 바뀔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맘다니가 내건 공공 임대료 동결, 기업인 및 부유층 추가 과세, 무상 보육·교통 공약, 최고 법인세(7.5→11.5%) 및 최저임금(16.5→30달러) 인상 등을 놓고는 민주당 진영 내에서도 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맘다니의 등장은 오히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 극단화에 대한 반작용에 가깝다. 맘다니는 부친이 컬럼비아대 교수, 모친이 유명 영화감독인 이른바 ‘캐비어 좌파’로 분류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맘다니 후보의 당선 소식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 기득권이 아닌 시민 중심의 정치가 더 이상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도 바뀔 수 있고, 아니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도 “지금 서울시민들의 마음속에도 ‘부담 가능한 서울’을 향한 강렬한 소망이 있음을 느낀다”며 “뉴욕 시민들이 그러했듯,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부담 가능한 서울을 만들 새 시장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맘다니의 연설 영상까지 공유해가며 “서울은 번영과 성장의 상징이 됐지만 시민들의 삶은 지쳐가고 있다”며 “불평등의 콘크리트 정글 위에 ‘사회권’의 꽃을 피워낸 맘다니의 승리가 반갑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식을 찾았던 한준호 의원은 자신이 뉴욕을 경유한 사실까지 언급해가며 “잠시나마 같은 하늘 아래 맘다니 후보 당선을 기념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박용진 전 의원은 “가슴이 뛴다”고 했다. 맘다니 당선은 국내 좌파 계열에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데, 원내(院內) 정당인 진보당의 김재연 상임대표는 “노동자, 서민들이 만든 쾌거”라며 “월가와 기득권의 혹독한 반대, 트럼프의 색깔론에도 불구하고 혐오 정치를 부수고 승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야만의 트럼프 시대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 주류 엘리트 정치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고, 올해 대선에 출마해 최종 득표율 0.98%를 기록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진보 정치도 참고할 지점이 많다”며 “응원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오른쪽)과 배우자인 라마 드와지. /로이터 연합뉴스 |
하지만 국내의 이런 예찬론과 달리 맘다니는 민주당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과거 “인티파다(Intifada·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자”는 구호에 동조했으며, 지난 2023년 10월 약 1200명(이 중 민간인 700여 명)이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에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성명을 먼저 발표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고, 당내 영향력이 여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조언자가 돼 주겠다”는 비공개 통화로 지지 선언을 갈음했다. 맘다니가 내세운 구호들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득표율이 30%에 불과했던 ‘진보 아성(牙城)’ 뉴욕에서는 통할지라도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워싱턴 DC의 한 의회 소식통은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집단이 영향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맘다니는 주(州)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회 경험이 없어 선거 내내 경험 부족 논란에 시달렸다.
맘다니가 캠페인 기간 앞세운 자신의 장밋빛 공약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뉴욕포스트는 “최소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 했는데, 맘다니가 자신의 정책에 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JP모건은 “맘다니의 공약이 뉴욕시의 재정 구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추가 과세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투자를 감소시킬 우려도 있다. 이미 맨해튼의 부자들 사이에선 플로리다·텍사스 등이 ‘도피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또 맘다니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임대료 동결’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 DC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임대료 동결은 그가 약속한 것과 같이 새로운 아파트 공급을 창출하지 못하고 주택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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