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남성이 목에 입술 접촉
체포 후 “대통령인 줄 몰랐다”
젠더폭력 문제, 공론장 부상
체포 후 “대통령인 줄 몰랐다”
젠더폭력 문제, 공론장 부상
경호원은 어딜 가고… 4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한 남성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성추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수도 멕시코시티 거리를 걷다가 만취한 남성에게 성추행당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해당 남성을 고소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대통령궁에서 5분 거리 교육부 청사로 걸어가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교통체증 탓에 차를 타지 않고 도보 이동 중이었다. 그는 “나는 대통령 당선 전 학생이었을 때에도 이런 일을 경험했다”며 “이건 내가 여성으로서 겪은 일이지만 우리 나라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대통령에게도 이런 짓을 한다면 다른 모든 멕시코 여성을 대하는 건 어떻겠느냐”며 “모두를 위해 해당 남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SNS에 올라온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수행원, 경호원들과 거리를 걷다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그사이 한 남성이 셰인바움 대통령 뒤쪽으로 접근해 목에 입술을 댔고 상체를 손으로 만졌다.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남성을 제지했고 셰인바움 대통령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주변에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에도 경호를 강화하거나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대통령조차 길거리 성범죄에서 예외가 아니라면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여성들이 매일 어떤 일을 겪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며 “멕시코의 젠더 폭력 문제가 최고위급 공론장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범행을 저지른 남성을 체포했고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여성 대상 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밝혔다. 브루가다 시장은 멕시코시티 첫 여성 시장이었던 셰인바움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있는 멕시코는 페미사이드(여성이란 이유로 살해되는 것), 성폭행,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가 일 년에 수십만건씩 일어나고 있다. 마리나 레이나 ‘게레로 여성폭력 반대협회’ 사무국장은 “(여성 대상 범죄를) 신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고하기를 멈춘다”며 셰인바움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려는 의지가 경찰 등 관련 기관의 사건 처리 방식을 변화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의자는 조사 과정에서 “취해서 기억나지 않았다” “그(피해자)가 대통령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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