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이엔엔(ANN) 뉴스 갈무리 |
서울 동대문 앞 횡단보도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 한국 음주운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밤 10시2분께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소주 3병을 마신 상태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면허 취소 수준인 한국인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모녀를 쳤다. 30대 딸은 다치고, 50대 어머니는 숨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모녀는 이날 오전 ‘효도 관광’을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입국했으며 인근에 있는 낙산공원 성곽길에 가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숨진 피해자의 또 다른 자녀라고 밝힌 이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어제 한국에서 음주운전 신호 위반 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는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촬영지인 낙산공원에 가고 싶다고 전부터 말씀하셨고 낙산공원 근처 교차로 사진을 메신저 배경으로 해놓을 정도로 좋아하셨고 가고 싶어 했다”며 “사고가 난 장소가 낙산공원 바로 앞 교차로였고 공원에 가는 도중이어서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를 향해 “(내가) 정신이 들면 꼭 데려가 줄게”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이 딸은 ‘경상’을 입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그는 “무릎, 갈비뼈 등 여러 골절과 함께 이마도 10㎝ 정도 찢어져 중증”이라고 밝혔다.
‘아이 러브 유’는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드라마로 지난해 일본 티비에스(TBS)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방영됐다. 한국 배우 채종협이 출연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낙산공원 성곽길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등장하며 최근 외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가해자 운전자는 가벼운 처벌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며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한국인 누리꾼들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죄송하다. 많은 한국인들도 음주운전 처벌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 음주운전 처벌은 일본에 비해 약하다”, “좋은 기억을 만들러 오셨을 텐데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나라에 여행 오셨다가 이게 무슨 일입니까. 너무 죄송하고 정말 뭐라 말이 안 나온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에 너무나 관대하다”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널리 알리겠다”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일본 에이엔엔(ANN) 뉴스 갈무리 |
일본 언론들도 이번 사고에 주목하고 있다.
티비에스(TBS)는 4일 “서울 도심,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서 일본인 2명이 차에 치여 50대 어머니가 숨지고 30대 딸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티비에스는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일본의 약 5배에 달한다”며 “지난달에도 캐나다인 관광객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졌다”고 덧붙였다.
아사히티브이(TV)도 이날 “한국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연간 13만 건을 넘어 일본보다 6배나 많다. 한국 인구가 일본의 약 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많은 수치이며 재범률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며 “일본처럼 동승자나 술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도 음주운전이 빈발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 일본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법적 제재가 우리나라보다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선 2006년 후쿠오카 시청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어린 삼남매를 숨지게 사건이 발생한 뒤 대대적인 ‘음주운전 근절’ 움직임이 일었다. 일본은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이 적발될 경우 운전 당사자뿐만 아니라 차량 제공자, 동승자, 주류 제공자 등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삼남매를 숨지게 한 가해자는 2011년 징역 20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