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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수익연금화 미끼로 종신보험 팔지말라”…불완전판매 제동

매일경제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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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수익연금화 미끼로 종신보험 팔지말라”…불완전판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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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탄도미사일 가능성 발사체 발사" 日언론
금감원, 생보사 5곳에 주의 메시지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 유인 놓고
고수익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우려
“과거 고금리사례로 신규유인 안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전 사망보험금을 매월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연금화)’ 특약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불완전판매 주의보를 발령했다. 종신보험을 마치 고수익 연금 상품처럼 오인해 소비자 혼란과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 판매를 최초로 개시한 생명보험사 5개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신한라이프)에 불완전판매에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기간 준비해온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은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직접 가입해 화제를 모았다. 생전에 사망보험금을 노후 생활비, 의료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니어 가입자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당국의 이번 사전 조치는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비자들이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나중에 원금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단기납 종신보험 사태 때처럼,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이 고수익의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포장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이 일선 보험 영업 현장에 최우선으로 강조한 건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과장 마케팅 금지다.

현재 시점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높은 성과를 얻는 고객들의 사례를 앞세워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영업하지 말라는 것이다. 월 20만원 이상의 유동화 효과가 돋보이는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고이율이었던 과거 상품 가입자들이다. 최근 저금리 시대에 신규 가입자가 미래에 유동화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이전 사례보다 현저히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예 금융당국은 상품설명서에 사망보험금 유동화 예시를 넣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상품인 연금·스마트·적립전환 상품설명서엔 예시가 명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풀려진 수치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을 판매하면 명백한 불완전판매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의 경고령이 떨어진 직후, 일부 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기존 가입자에 대한 안내나 추가 영업 활동마저도 극도로 소극적인 분위기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미 가입된 고객에게 유동화 전환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유동화 신청을 위해서는 고객이 직접 영업점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보험설계사(FC)에게 추가적인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영업 동기가 낮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새롭게 시행되는 만큼, 소비자가 유동화 구조와 감액 범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당국의 경고가 오히려 고객 안내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은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상품에 가입해 10년 이상 보험료 납부를 한 가입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 소득이나 재산 요건이 따로 없으며,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다. 유동화 종료 시점에는 잔여 사망보험금 10%를 받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사망보험 유동화가 가능한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 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다. 내년 1월 2일까진 전체 생명보험사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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