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KT의 김영섭 대표이사(CEO)가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대표는 오는 2026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최근 발생한 고객 정보 유출 및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김 대표의 거취와 함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 공모를 공식 개시했으며, 오는 12월 16일까지 후보 접수를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사고는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CEO로서 개인정보 유출과 소액결제 피해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밝히며 사퇴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연내 새 대표 선임 절차 착수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 전문기관 추천·공개 모집·주주 추천·사내 후보군 등 다양한 경로로 후보를 구성할 계획이다. 공개 모집은 5일부터 12월16일까지 진행되며,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KT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1959년생인 김 대표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이사를 거쳐 2023년 8월 KT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전환과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가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해킹 사고 후속 대책…전 고객 유심 무상 교체
KT 이사회는 이날 해킹 사고 후속 대책으로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심(USIM) 무상 교체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번 조치는 통신 서비스 전반의 신뢰 회복과 보안 강화를 위한 것이다.
KT는 5일부터 서울 8개구, 경기 9개 시, 인천 전 지역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교체를 시작한다. 19일부터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 12월3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은 11일부터 택배 배송을 통한 ‘셀프 개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MVNO) 이용자도 무상 교체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각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별도로 안내된다.
사퇴 압박 커졌던 김 대표…결국 불명예 퇴진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사퇴가 9월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 이후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사고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악용해 고객 인증 정보를 탈취한 사건으로, 일부 피해가 광명시·금천구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KT는 9월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관련 침해 사고를 신고했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전 고객 유심 교체를 결정하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SK텔레콤도 지난 4월 유심 해킹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전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시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