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볼라드가 충격으로 휘어져 있다. /연합뉴스 |
음주 운전 차량이 한국으로 관광 온 일본인 모녀를 덮쳐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일본 현지에서 한국의 음주 운전 실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일본 아사히TV는 “서울 시내 관광 명소에서 일본인 여성 관광객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며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일본인 모녀 교통사고를 전했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30대 남성 A씨는 소주를 3병 정도 마시고 자신의 전기차를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모녀를 쳤다. 이 사고로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지고 딸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사고를 두고 아사히TV는 “한국의 음주 운전이 일본의 6배”라고 했다. 매체는 “한국에서는 음주 운전이 큰 사회 문제가 됐다”며 “작년까지 5년간 음주 운전 사고가 7만건 이상 일어났고 사망자도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절반 정도이나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6배를 넘어선다”고 지적하며 “처벌이 약해서 그렇다”는 서울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일본인 모녀 가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글./스레드 |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피해자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글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피해자의 자매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스레드에 “어제 한국에서 어머니와 언니가 음주 운전 차량의 신호 위반에 휘말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언니의 상태는 뉴스에서는 위중하다고만 보도됐지만, 언니는 무릎과 갈비뼈 등이 골절됐고 이마가 10㎝가량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음주) 가해 운전자는 작은 처벌에 불과하다는데,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강력하게 처벌할 수가 없는 거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일본만큼 음주 운전에 엄격하지 않더라” “한국은 음주 운전 처벌 강도가 낮은 편이라 가해자 처벌 수위도 낮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고를 당한 모녀는 2박 3일 일정으로 오사카에서 입국했다. 한국을 자주 찾던 딸은 효도 관광을 위해 어머니를 데리고 서울을 방문했는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쇼핑을 마친 뒤 낙산 성곽길을 보러 가던 중 변을 당했다.
경찰은 지난 3일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상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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