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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황기’ 진입했는데… 희비 엇갈리는 반도체장비 업계

조선비즈 전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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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황기’ 진입했는데… 희비 엇갈리는 반도체장비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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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진입을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장비 업계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부터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전자에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은 긍정적인 실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대부분 올 상반기까지 집행 완료하고, 신규 설비 투자는 내년으로 계획돼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이 높은 장비업체의 실적은 부진한 모양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78억원, 335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한미반도체는 31.7%, 주성엔지니어링은 93.6% 줄었다. 두 기업은 대표적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장비 공급사로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D램을 적층하는 ‘TC 본더’를, 주성엔지니어링은 웨이퍼 표면에 원하는 물질을 얇은 막(박막) 형태로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증착 장비를 공급한다.

◇ 메모리 ‘슈퍼 사이클’ 전망에도… 한미반도체·주성엔지니어링 실적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2% 늘어난 12조1700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383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이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발주 시점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생산기지인 청주 M15x 팹(fab·공장) 준공을 완료해 장비 반입을 개시했다. 반도체장비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신규 장비보다는 기존 설비 이전 및 개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수주 규모가 기대보다 적을 것 같다”며 “대규모 신규 장비 공급에 대한 결정은 내년 1~2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두 기업의 실적은 내년 본격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 신규 장비 발주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HBM4(6세대 HBM) 장비 발주 지연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내년 SK하이닉스 내 TC 본더 점유율이 올해 50%에서 6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75%가량 늘어난 5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민희 BN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예상보다 더딘 장비 발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수주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장비 투입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 SK하이닉스, 내년 신규 장비 발주 예정… 장비업계 본격 반등 전망

원익IPS와 유진테크 등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기업은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원익IPS와 유진테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61억원, 2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80%, 3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부진했던 HBM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1분기부터 D램과 HBM 등을 생산하는 장비의 대량 발주를 개시했다.


그동안 수주 소식이 뜸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테슬라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미국 테일러 팹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장비 발주에 돌입한 상황이다. 반도체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4 공장 및 테일러 공장 증설 등으로 신규 장비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연초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작된 장비 발주가 미국 테일러 팹 가동을 앞두고 파운드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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