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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추경호 영장, 당 말살 보복수사” 본회의장 밖 상복시위

중앙일보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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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추경호 영장, 당 말살 보복수사” 본회의장 밖 상복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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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이 침묵 시위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검은색 상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야당 탄압 등을 주장하며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임현동 기자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이 침묵 시위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검은색 상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야당 탄압 등을 주장하며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임현동 기자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당초 시정연설에 참석하기로 했던 국민의힘은 전날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급변침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기 직전 긴급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보이콧)하기로 했다. 장동혁 대표는 “조은석 특검은 그동안 (특검) 수사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입증했다”며 “이제 전쟁이다.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이 (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우리를 내란 세력으로 몰아 당을 해산시키고 말겠다는 야당 말살의 정치보복 수사”라며 “(추 의원) 영장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빠지고,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도 빠졌다. 특검의 ‘표결 장애’란 말이 무슨 말인지 언어 장애가 생길 지경”이라고 했다.

의총 직후 국민의힘 소속 의원 80여 명과 사무처 당직자는 오전 9시30분쯤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 시각에 맞춰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상복 차림을 한 채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제일 앞줄에 선 송 원내대표는 영정 사진을 본뜬 ‘근조 자유민주주의’란 푯말을 들었고, 다른 의원들은 ‘명비어천가’ ‘야당 파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쥐고 시위를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이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에도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이 끝나자 “계엄 당일 밤 국민의힘 107명 어느 누구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표결을 방해받은 사실이 없다”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국민의힘이 결사항전에 나선 건 추 의원 구속이 내란 정당으로 휩쓸리는 중대 변곡점이 되기 때문이다.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추 의원 영장 청구는) 내란 정당으로 몰아가기 위한 전초전”이라며 “우리 당의 숙명적 사안이 됐다”고 했다.

특검이 청구한 영장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이 계엄이 선포된 후 2시간여 뒤 한동훈 전 대표와 통화하면서 친한계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빼내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시됐다. 원내 관계자는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90명의 의원들과 당직자도 모조리 특검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추 의원이 계엄에 동조했다는 논리가 통한다면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보수 진영은 단일대오로 “영장 기각”을 외쳤다. 계엄 직후만 해도 표결 참여 문제로 국민의힘 주류와 각을 세웠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추 의원 등 우리 당 의원들이 계엄을 사전에 알거나 도왔다는 증거가 없다”며 “(추 의원 영장은)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기각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표결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순간 삼권분립 붕괴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현직 국회의원을 구속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추 의원은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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