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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대기업 잡는 ‘암행어사’ 투입…공정위, 전담 감시관 12명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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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대기업 잡는 ‘암행어사’ 투입…공정위, 전담 감시관 12명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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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업체 소송 지원도 강화
정부가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전담 감시하는 등 ‘암행어사’ 역할을 할 기술보호감시관 제도를 도입한다. 감시관은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의심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보하는 활동을 한다. 또 정부는 기술탈취 사건에서 피해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해기업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도록 입증 책임의 주체를 바꾸기로 했다.

공정위는 4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술탈취 집중 감시 체계를 확립하는 내용을 담은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공정위는 기술탈취가 빈번한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4개 업종 및 업계 전반을 담당하는 기술보호감시관 12명을 위촉했다.

감시관은 하도급 거래 현장에서 법 위반 행위 관련 정보를 수집해 공정위에 수시로 제보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는 “관련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중소 하도급 업체와의 소통이 원활한 인물을 감시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술탈취 사건은 하도급 관계에 있는 피해기업이 거래 단절이나 업계 평판 악화를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2023년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술탈취 피해를 당해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43.8%에 달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도 그간 직권조사 대상이나 범위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정위는 감시관들이 수집한 정보를 수시 직권조사 단서로 활용할 방침이다.

중기 기술탈취, 가해 대기업이 무죄 입증해야

수시 직권조사 횟수도 기존 연 2회에서 3회 이상으로 늘린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감시관 특성상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줘 위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운영 성과를 보고 향후 감시관 위촉 업종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기술탈취 익명 제보 창구도 늘린다. 제도가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익명 제보 건수는 지난 3년간 5건에 그쳤다. 이에 공정위는 벤처기업협회 등에 기술탈취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또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기관과의 실무회의를 정례화하고, 기술탈취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피해구제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술탈취 소송도 지원을 강화한다. 우선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전문가가 직권조사를 할 수 있고 소송 전 증거를 상호 공유하는 제도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기업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기술탈취 사건에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기업에서 가해기업으로 전환한다. 그간 피해기업이 자신의 피해 여부·수준을 증명해야 했으나, 제도가 도입되면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가해기업이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다만 업계의 영업기밀 유출과 소송 남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과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감시관으로 위촉된 A씨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회적인 기술탈취까지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공정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촘촘한 감시와 엄중한 제재는 물론 예방·보호·재기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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