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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은 ‘통 속의 뇌’, AI에 ‘몸’과 ‘손’을 줄 때…제조강국 韓, 피지컬 AI 중심될 것”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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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은 ‘통 속의 뇌’, AI에 ‘몸’과 ‘손’을 줄 때…제조강국 韓, 피지컬 AI 중심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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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AI 서밋]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실세계와 만난 AI’ 주제 발표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지금의 인공지능(AI)은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는 ‘통 속의 뇌’에 가깝습니다. 진짜 지능이 되려면 몸을 갖고 세상과 부딪쳐야 합니다.”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류중희 리얼월드(RLWRLD)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가 실세계(Real World)와 만났을 때의 혁명’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AI가 언어의 세계를 넘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 일어나는 변화, 그리고 한국이 이 흐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류 대표는 현재의 AI 패러다임이 ‘언어의 한계’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인터넷에 축적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통계적으로 맞는 답을 내놓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언어모델은 방대한 텍스트를 먹고 자라지만 그것은 인간이 만든 언어의 껍질일 뿐 실제 세상을 겪은 경험이 아니다”라며 “AI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근본적인 이해력은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의 사고실험 ‘통 속의 뇌(Brain in a Vat)’를 비유로 들었다. 류 대표는 “통 속에 뇌를 넣고 전기 자극을 주면, 마치 현실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세상을 본 적이 없다. 지금의 AI가 바로 그런 상태”라면서 “뜨거운 물에 손을 넣으면 빼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뜨겁다’는 감각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AI가 진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몸’과 ‘손’을 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뇌는 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진짜 감각과 행동을 배운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감각과 운동 신경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를 설명하며, 손이 지능 발현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그는 “뇌의 감각지도(호문쿨루스)를 보면 손과 입, 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감각의 시작과 행동의 끝이 모두 손에 있다”며 “진정한 실세계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손을 가진 AI’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이러한 접근이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각, 언어 행동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VLA(비전-언어-액션) 구조의 지능 모델이다. 류 대표는 언어모델(LLM)과 로봇 지능의 차이를 ‘데이터의 성격’에서 찾았다. 언어모델이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해 진화했다면 로봇은 세상의 물리적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이같은 피지컬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남은 일들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섬세한 손작업이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며 “이 영역이야말로 AI가 들어와야 할 자리이자 한국이 가장 앞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이 산업 현장에서 쌓아온 물리적 데이터가 피지컬 AI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간 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모사한 자사 로봇 기술력도 언급했다. 리얼월드는 내년 초 세계 최초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공개를 준비 중이다. 류 대표는 “LLM은 우리가 늦었지만 로봇 지능은 세계와 동시에 출발할 수 있다”며 “손 지능 분야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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