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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애도의 시간'…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로 남겨진 이들의 치유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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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애도의 시간'…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로 남겨진 이들의 치유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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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혜 기자]

(문화뉴스 주민혜 기자) 2025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2차 제작지원에 선정된 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가 12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새롭게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아르코와 대학로예술극장이 함께 진행하는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봄 작가, 겨울 무대' 선정작으로, 지난 2023년 낭독공연에서 정식 무대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관객과 심사위원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극 전체를 이끄는 언어의 감각", "지루할 틈 없는 전개", "올해 가장 많이 울었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는 자살 이후 남겨진 자들을 다룬다. 주인공 성주는 아내 해원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성주 주변의 심리상담 전공자 수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감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는데, 성주는 오히려 실제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서재에 여전히 해원이 찾아오던 밤의 기억은 성주에게 혼란을 안기며, 남겨진 이들이 겪는 상실과 고립의 시간을 세밀하게 짚어나간다.

세상을 떠난 이의 죽음이 자살일 때, 남겨진 가족들은 '왜'라는 질문을 붙잡은 채 정답 없는 고통과 침묵에 갇히기 쉽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여전히 기피되며, 실제로 가까운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떠나보낸 이들은 어떻게 상실을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에 따라 남겨진 이들의 애도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조차 쉽게 발견되지 못하는 영역이 된다.

‘보이지 않는 애도의 시간’…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로 남겨진 이들의 치유를 조명한다 / 사진=창작집단 LAS

‘보이지 않는 애도의 시간’…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로 남겨진 이들의 치유를 조명한다 / 사진=창작집단 LAS


이 작품은 자살의 원인이나 동기 자체에 대한 해답 찾기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진 사람이 추측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로, 자살사별자의 심리와 공허함, 치유와 회복을 천천히 그려낸다. 자살이 단순한 비극에 그치지 않고, 남겨진 이들의 상실과 사유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과정을 무대에 담아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성찰을 안겨줄 전망이다.

지난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경헌 작가가 집필을 맡았으며, 수상 이력을 가진 신명민 연출가는 창작집단 LAS 부대표로 다수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작을 선보여온 인물이다.


주인공 성주 역은 다양한 작품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이강우가, 해원 역은 깊은 연기로 인정을 받은 김희연이 맡는다. 아울러 수영 역과 해원 동생 예은 역에는 각각 장세환과 한수림이 출연해 작품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다.

'서재 결혼 시키기'는 오는 12월 13일부터 2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예매는 오는 11일부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NOL티켓에서 진행된다. 관람은 만 13세 이상 가능하며, 공연 시간은 약 155분이다.

사진=창작집단 LAS

문화뉴스 / 주민혜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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