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6년 전 대전에 소극장을 만들고 나서,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의 소극장을 발품 팔아 찾아다니며 네트워크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년 지나니 여러 지역 극장들로부터 받는 데이터양이 상당하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가진 입장에서 저는 정보 공개가 싫습니다.”
연극 분야를 대표한 토론자의 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정보공개 확대 공개토론회’에서 있었던 일. 논쟁의 초점은 개별 공연의 관객 수와 매출액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에 있었다. 영화계에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있지만,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선 아직 개별 작품의 관객 수나 매출액을 확인할 수 없다.
공개 여부를 두고 현장 반응은 장르별로 극명히 갈렸다. 일단 대중음악계는 공개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이미 팬덤 경쟁과 암표, 여론 왜곡 같은 부작용이 심각한데, 여기에 매출과 관객 수까지 공개되면 공연이 ‘흥행 순위’로만 평가받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보는 공개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극 분야를 대표한 토론자의 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정보공개 확대 공개토론회’에서 있었던 일. 논쟁의 초점은 개별 공연의 관객 수와 매출액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에 있었다. 영화계에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있지만,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선 아직 개별 작품의 관객 수나 매출액을 확인할 수 없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공개토론회 모습. 참석자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이인복 대전소극장협회 지회장, 박인혜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 대표,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장, 정철민 주식회사 판테온 대표, 이성훈 쇼노트 대표. /김일송 공연평론가 |
공개 여부를 두고 현장 반응은 장르별로 극명히 갈렸다. 일단 대중음악계는 공개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이미 팬덤 경쟁과 암표, 여론 왜곡 같은 부작용이 심각한데, 여기에 매출과 관객 수까지 공개되면 공연이 ‘흥행 순위’로만 평가받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보는 공개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연극, 뮤지컬, 클래식, 전통 예술 분야의 사람들은 대체로 찬성했다. 뮤지컬계에선 “정보가 투명해야 투자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화된 장르일수록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론. 클래식과 전통 예술계 역시 신중한 검토를 전제로, 투명성이라는 대원칙에는 공감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의견은 “정보 공개가 싫다”면서도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한 연극인의 발언이었다. “데이터를 국가만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승적 차원에서 공개가 정답이다.” 그의 이 한마디는 다른 많은 토론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나 역시 동의한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할 때 시장은 왜곡된다. 물론, 정보의 투명성이 신뢰를 낳을 수 있지만, 반대로 예술의 다양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개는 감시가 아니라 신뢰의 시작일지 모른다. 어쩌면 보다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김일송 책공장 이안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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