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도착했을 때, 엘레나 티모페예바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트 모양의 얼굴에 깊은 눈매를 지닌 작은 체구의 이 갈색 머리 여인은 지난 8년간 이중의 삶을 살아왔다.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그녀는 시베리아에서 작은 전자기기 상점을 운영하던 지난 삶을 뒤로 하고, 이제는 햇살 가득한 스페인 해안을 택해 조용히 살아가는 평범한 43세 러시아 이주민으로 비쳤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티모페예바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그녀는 '드라코샤(작은 용)'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 랜섬웨어 조직의 핵심 간부였다. 수년 동안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복구해주는 대가로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 조직에서 활동해 온 것이다.
2023년 6월, 티모페예바가 쌓아 올린 새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경찰은 그녀의 사업 파트너인 바딤 시로틴을 체포했다. 티모페예바는 시로틴의 여동생에게서 연락을 받고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급히 텔레그램 비공개 메시지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노란색 담장에 전용 수영장이 있고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고급 주거 단지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아파트 건물 밖 거리에서 티모페예바를 체포하고, 집안에서 서로 다른 가명으로 등록된 은행카드 여러 장과, 휴대전화 네 대, 그리고 각종 공책들을 압수했다. 발코니에는 노트북 세 대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중 두 대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티모페예바는 다크웹 범죄 조직의 주모자가 되리라고는 결코 예상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녀는 러시아 탄광 지역 케메로보 주에서 생애 첫 35년을 살았다. 해외로 나갔던 기록은 물론, 국내 여행 기록조차 거의 없다. 러시아 내 범죄 관련 데이터베이스에도 그녀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IT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녀의 소셜미디어에는 하품하는 고양이, 농구공을 갖고 노는 벨루가 고래 같은 동물 사진들만 올라와 있었다.
그녀를 변신하게 만든 것은 두 가지, 사랑과 돈이었다. 극히 비정상적인 사랑의 유혹과 부의 달콤한 약속이 그녀를 스페인으로 이끌었고,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랜섬웨어를 퍼뜨리는 범죄자로 만들었다. 연인이자 사업 동료가 된 남자와 함께, 그녀는 최대 40만 명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았고, 그렇게 두 사람이 벌어들인 돈은 비트코인으로 6400만 유로(약 1060억원)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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